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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 안산신문
  • 승인 2022.01.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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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한다. 자연에서 위로와 힘을 얻어 허무와 무상의 시간을 뛰어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의 과제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젊은 날 슬프고 감미롭고 황홀한 사랑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울창한 숲속 한 그루 나무 같은 고독 속에서, 꿈과 사랑과 정든 사람들을 차례차례 잃어가는 상실의 아픔을 겪게 마련이다. 이 소설은 17세에서 30대까지의 그 젊은 날의 감미롭고, 황홀하고, 애절한 슬픔에 찬 사랑의 이야기를 담아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것은 시대와 장소가 변해도, 변할 수 없는, ‘상실’과 ‘재생’을 위한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결코 사랑하는 단 두 사람의 관계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혼자만으로도 살아갈 수 없다. 『상실의 시대』라는 소설을 통해 인간은 상실의 슬픔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사랑을 만나서 재생하면서 사는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해준다.
 나는 요즘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다. 60대의 나이에 들어서서 노년이라는 변할 수 없는 사실에 청춘의 사랑, 이상에 대한 상실의 아픔도 크다. 문득,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회의, 후회는 나를 아프게 한다. 청춘 시절에는 아직도 기회가 있으므로 도전할 시간이 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도전이라는 무모한 일에 매달려서 실패할 나이가 아니다. 내 앞에 주어진 일들에 대해 관조하면서 살아갈 일이다. 앞으로의 삶은 가지는 것보다는 잃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은 요즘 존재의 상실이라는 아픔을 겪고 있다. 사랑하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40여 일이 지났다. 시아버님과 4남매는 아내와 엄마를 잃은 상실감에 힘들어한다. 모두 내가 제일 슬프다고 한다. 며느리는 피를 나누고 몸을 나누지 않아서 하나도 안 슬플 거라고 믿는다. 누구나 자기의 아픔이 가장 크고 힘든 법이다. 그러나 가장 큰 상실의 아픔을 사는 사람은 맏며느리인 나다. 35년간 어머니와 나눈 사랑은 남이 아닌 가족이라는 굳건함이었다.
 집안의 대소사를 다 처리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니 아버님의 고독, 4남매와의 우의, 어머니 부재로 인한 제사 등의 일을 맏며느리인 내가 다 짊어지게 되었다. 가족들은 각자 슬퍼만 하는 역할을 맡아 열심히 슬프기만 하면 된다. 맏며느리는 원하지 않는 짐도 맡아야 한다. 나도 아프고 슬프다고 외치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세상은 혼자라는 고독 속에서 꿈과 사랑, 그리고 정든 사람들을 잃어가는 상실의 아픔을 겪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일이 세상의 이치다. 영원히 살 것 같지만 100년 전의 사람도 만날 수 없는 게 삶이다. 아버님이 66년을 함께 산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어떻게 이해할까? 또 노년에 남은 인생이 얼마나 고독하고 허전할까마는 새로운 취미와 삶의 의욕을 찾기를 바라는 소망이다.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한다. 자연에서 위로와 힘을 얻어 허무와 무상의 시간을 뛰어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의 과제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또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희로애락을 겪으며 상실의 아픔을 극복할 것이다. 나다움을 찾는 일이 이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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