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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 한 하루 - 2
  • 안산신문
  • 승인 2022.04.0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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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전문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나태주 시인의 유명한 시 「풀꽃」의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밋밋함과 지루함 속에서도 끝내 한 번 더 읽어보게 만든 힘은 분명 그런 이유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왠지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할 것 같았다.
 56세 이혼남인 헹크 판 도른, 그는 육중한 체격의 중환자실 간호사다. 그의 개 ‘빌런’이 심부전 판정을 받은 어느 토요일 하루가 이 책의 배경이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헹크가 어제 저녁 젊은 신입 간호사 사스키아와 나눈 심장에 대한 불유쾌한 대화를 기억해 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심장은 사랑의 감정에 끓어 넘치기도 하고 차가워 질 수도 있다는 그의 말에, 심장은 몸속에 피가 돌게 하는 일종의 펌프일 뿐, 물질적 가치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젊은 간호사는 완고하게 말한다.
 심부전이란 심장이 제 기능을 못 해 몸속 혈액이 충분히 순환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심부전 판정을 받은 반려견, '빌런'을 통해 심장의 펌프질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단순히 물리적 생명 유지를 위한 펌프질이 아니라, 하나의 심장이 어떻게 하나의 심장에게 작용하여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드는 것인지, 헹크와 그의 주변 인물들, 그리고 반려견 ‘빌런’과의 관계를 통해 묻고 있다. 
 열네 살 조카 로사가 첫 섹스 경험을 털어놓던 날, 그녀의 두려움과 방황, 혼란스러움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귀 기울여주는 장면을 보는 순간 처음으로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스쳐갔다. 동료이자 연상의 애인이기도 했던 요양원에 있는 마이꺼를 찾아 돌보고, 직장에서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환자의 손자가 입을 스웨터를 뜨개질하는 거구의 남자.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품인 말 조각상이 조카 로사의 방 창턱에서 발견됨으로써, 동생에 대해 딱딱하게 굳었던 마음이 저절로 풀리며 기쁨에 겨워하는 장면. 빌런이 아주 어렸을 때 헹크와 빌런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기울였던 서로에 대한 관심과 최선의 노력들. 그 눈 맞춤. 이 밖에도 ‘헹크 역시 꽤 잘생긴 얼굴이다. (중략) 그걸 알아채기 위해서는 노력을 좀 기울여야 한다’(p191)라는 문장 등 작품 곳곳에서 시 「풀꽃」의 느낌들이 배경화면처럼 둥둥 떠다녔다. 
이에 더해 매력적인 여성 미아와의 만남과 끌림, 그리고 사랑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솔직함과 진정성. 함께 근무하던 시절, 충고는 하되 결코 강요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던 마이꺼의 모습 등에서 사람과 사람이, 아니 존재와 존재가 만나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관계성을 형성해 가야 하는가 하는 철학적 물음을 던져 준다.
 지난주에 나는 '<개와 함께한 하루>와 함께한 일주일'을 이야기했고, 오늘은 그 후 '부록처럼 더해진’ '이틀'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한 번 더 읽은 이틀, 미련과 책임감이 어우러진 이틀에 대해서! 
 처음보다 속도가 조금 붙긴 했지만, 역시 밋밋하고 지루했다. 원래 독서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다. 하지만 두 번째 읽는 거라는 -그것도 연속해서- 점과 문장의 평이함을 생각하면 하루 만에 읽었어야 했다. 지루해서 하품 나오는 책,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을 연속해서 두 번이나 읽은 독자라면,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 평할 자격이 조금은 있지 않겠는가! 어쨌든, 나는 이 책을 고개를 숙이고 오랫동안 자세히 읽었다. 하지만 종종 지루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다이내믹한 사건 전개 위주의 작품은 아니라는 말이다. 선택은 여러분이 하시라. 
 뱀발: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제목과의 연관성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고 때로 제목은 독자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다만, 이 책을 읽는 시점에 문득 개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단, 내가 개를 키우고 싶어진 것과 이 책의 연관성에도 너무 큰 의미를 두지는 마시길.  

박청환< 시인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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