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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의 벚꽃에 홀리다
  • 안산신문
  • 승인 2022.04.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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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저랑 같이 벚꽃 보러 가실래요? 저랑 데이트해주세요.”
일본 영화 ‘벚꽃 같은 나의 연인’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하루토가 미사키에게 구애하는 장면이다. 영화 내용은 벚꽃의 꽃말처럼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에 관한 사랑 이야기이다. 비극으로 끝나는 사랑 타령에 불과한 영화이지만, 벚꽃이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를 파스텔 톤으로 아름답게 채색해주고 있다. 내용보다는 벚꽃의 아름다움에 홀리는 영화이다.
벚꽃은 여느 꽃처럼 오래 피어있지 못하고 짧은 시간 동안 피었다가 삽시간에 떨어지는 꽃이다. 한꺼번에 떨어지는 모습을 꽃비와 꽃눈에 비유하곤 한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벚꽃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그야말로 벚나무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기에 정신이 없다. 눈이 부실 정도이다. 그동안 코로나로 빗장을 걸어 잠갔던 벚꽃 명소들이 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 주말부터 만개한 벚꽃 소식으로 전국의 벚꽃 명소마다 상춘객으로 붐볐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지체와 정체의 반복되는 길이었다. 지난 휴일,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도 3년 만에 상춘객을 맞았다. ‘꽃 반 사람 반’일 정도였다고 한다. 코로나로 갇혔던 마음들이 활화산처럼 일시에 폭발하는 느낌이다. 코로나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오래 이어진 세월이었다. 은밀하게 찾아오는 불안과 우울, 무기력감 가득한 코로나 블루의 그림자가 너무 길었다.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분분했던 마음들이 시나브로 사라진다. 그 중 으뜸인 나무가 벚나무이다. 안산에도 벚꽃길로 유명한 곳이 있다. 호수공원의 벚꽃과 노적봉 둘레길의 벚꽃이다. 노적봉 둘레길의 벚꽃이 더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다. 산이 있기 때문이다.
32년 안산의 삶 속에서 가장 많이 찾았던 곳 중 하나가 노적봉이다. 1989년 안산에 정착한 뒤, 노적봉 인근 초등학교에 근무한 적도 있었다. 그 당시엔 노적봉보다 가사미산(可使美山)으로 더 많이 불렸다. 노적봉을 바라보면서 교사들과 노적봉의 명칭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새롭다. 노적봉은 1914년 일제가 전국의 지형도를 제작할 때 산의 모양이 삿갓처럼 생겼다고 하여 가사미산(可使美山)이라 개명된 뒤로 이 명칭이 고착되었다. 그 후 안산시 지명위원회의 노력으로 1994년 9월 원래의 이름인 노적봉으로 바로잡아 놓을 수 있었다. 한동안 두 이름이 혼용되어 불리다가 노적봉으로 정착되었다.
해발 143m의 노적봉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멀리 대부도의 바다가 반짝이고, 눈 아래 들어오는 안산 시가지들이 정겹게 들어온다. 잘 정비된 등산로와 동쪽 산업도로 쪽으로 자리 잡은 인공폭포와 장미원. 성호공원과도 육교가 연결되어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다. 성포동행정복지센터 앞의 충장로 계수나무길도 노적봉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미리 선사해주고 있다. 가지마다 톡톡 돋아나는 새순들을 보는 즐거움이 자못 크다. 아름다운 계수나무 가로수길이다. 노적봉 입구에 자라는 노란 개나리꽃도 눈 호강을 시켜주고 있다. 가슴까지 노랗게 물들 정도이다. 또한, 발아래 무릎을 굽혀야만 보이는 제비꽃, 냉이꽃, 꽃다지꽃, 양지꽃 들도 앙증맞은 모습으로 노적봉의 봄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봄은 생명과 희망, 환희의 계절이라 일컫는다. 새싹들을 보면 온갖 잡념이 시나브로 사라짐을 느낀다. 생명이 움트는 것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레길에 들어서면 고개가 아플 정도로 쳐다보게 되는 벚꽃들. 화르르 떨어지는 꽃잎들에게 한바탕 머리 마사지를 받고 싶은 충동마저 인다. 온몸에 벚꽃 마사지를 받고 싶기도 하다. 아름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선을 위로 올리면, 산중턱 곳곳에 진달래꽃도 보인다. 장끼의 울음소리까지 듣게 되면 더더욱 마음이 즐거워진다. 벚꽃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휴대전화에 담는 셔터 터지는 소리까지도 음악 소리로 들릴 정도이다. 너도나도 벚꽃에 홀려 바라보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제 노적봉의 벚꽃에게 홀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랑 같이 벚꽃 보러 가실래요? 저랑 데이트해주세요.” 영화 속의 대사가 쉬지 않고 들려 나온다. 우리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해주는 곳. 노적봉의 벚꽃 둘레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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