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김미희 에세이
사이비(似而非) 한 세상 살아남기
  • 안산신문
  • 승인 2022.06.08 10:32
  • 댓글 0
김미희<소설가>

 동갑내기 시인이 있었다. 그녀는 평소 진중하고 과묵하여 세상을 통찰한 듯 여유로워 보였다. 처음에는 그런 멋진 사람과 친구라는 것이 좋았다. 함께 미술관도 가고 바다도 가고 음주·가무도 했다. 멀어진 계기는 그녀가 주역에 심취하면서였다. 불교를 믿고 있던 그녀는 불경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불교나 주역의 관점으로 대화를 하긴 했다. 그러나 주역 공부가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심취하면서 모든 일상을 주역의 관점으로 대하니 그녀와의 대화가 부자연스러웠다. 게다가 나는 주역의 모든 내용을 미신이라고 치부하고 그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주역(周易)』은 주나라 사람이 간단하게 8괘로 점을 치는 책으로 『주역』이라고 한다. 유학 오경(五經)의 하나. 만상(萬象)을 음양 이원으로써 설명하여 그 으뜸을 태극이라 하였고 거기서 64괘를 만들었는데, 이에 맞추어 철학ㆍ윤리ㆍ정치상의 해석을 덧붙였다.
 정이(程&#38948;)의 주석서 『역전(驛傳)』은 경전의 해석을 통해 철학적인 관점을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관, 윤리학설 및 풍부하고 소박한 변증법을 담고 있어, 중국 철학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역전』 계사 편 등에서는 음·양 세력의 교감작용을 철학 범주로 격상시켜 세계 만사 만물을 통일된 체계로 조성했다. 이로써 진대(秦代)·한대(漢代)이후의 사상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서양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주역을 나는 <사이비(似而非)종교>로 취급했다. 아직도 『주역(周易)』을 읽어보지도 못하고 공부할 계획도 없다. 주역을 일상에 접목하기에는 내 사상과 철학이 아직 무지하다. 사이비란 진짜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가짜라는 뜻이다.
 어느 날 맹자에게 제자 만장이 찾아와 “마을 사람들이 향원 (사이비 군자)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면 그가 어디를 가더라도 훌륭한 사람일 터인데, 공자께서는 그를 ‘먹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이유가 무엇인지요.”라고 물었다.
 맹자는 “그를 비난하려고 하여도 비난할 것이 없고, 일반 풍속에 어긋남도 없다. 집에 있으면 성실한 척하고 세상에서는 청렴결백한 것 같아 모두 그를 따르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지만 요(堯) 와 순(舜)과 같은 도(道)에 함께 들어갈 수 없으므로 먹을 해치는 사람이라 한 것이다. 그래서 공자께서는 ‘나는 사이비 한 것을 미워한다‘라고 하셨다.”
 이렇게 사이비는 외모는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겉과 속이 다른 것을 의미하며 선량해 보이지만 실은 질이 좋지 못한 것을 말한다. 공자가 사이비를 미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공자는 인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겉만 번지르르하고 처세술에 능한 사이비를 덕을 해치는 사람으로 보았기 때문에 미워한 것이다.
 원리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사이비가 활개를 치는 법이다. 그들은 대부분 올바른 길을 걷지 않고 시류에 일시적으로 영합하며,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거나 말로 사람을 어지럽히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이다. 사이비(似而非)한 세상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공부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과연 사이비하지 않은 세상의 길을 알려 주는 교주가 존재할까.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