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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노인학대예방의날에 부쳐
  • 안산신문
  • 승인 2022.06.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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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지난 3월 중순, 서울 지하철 1호선 열차 내에서 젊은 남성이 한 노인에게 욕설을 하는 장면이 뉴스를 탔다. 노인을 향해 “인간 같지 않은 XX, 나이도 XX 많은 거 같은데….” 등등 끊임없이 노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노인은 무서움에 벌벌 떨며 미안하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어디 이뿐이랴? 지하철 9호선에서는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노인의 머리를 내려찍는 장면이 뉴스를 탔다. 승객들이 이 패륜의 모습을 촬영하자, 여성은 경찰에 빽이 있다는 등 괴성을 지르며 더욱 안하무인이었다. 패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이 동영상에 전국이 분노로 들끓었다. 피해자의 공통점은 노인이었다. 죽을 때까지 무서운 트라우마 속에 떨어야 할 노인, 이뿐만이 아니다. 노인학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정도이다. 노인요양시설의 가혹 행위 사건의 증가, 손자의 할아버지 폭행사례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악스러운 사건들이 터져 나오는 현실이다.
노인은 중년 다음에 오는 인생의 최종 단계이다. 사회학에서는 보통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의하지만, 현실은 노인으로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5.7%를 넘어섰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년층 인구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학자들은 2025년이 되면 초고령사회로 진입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노인이 되면, 뇌의 기능은 물론 모든 신체 기능까지 급격하게 떨어진다. 갑자기 찾아올지 모르는 심근경색과 치매의 불안에도 떨게 된다. 게다가 사회적 약자가 되는 이 시기에 노인학대 현상까지 빈번하여 불안의 폭은 넓어지고 있다. 노인학대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인학대란 노인을 상대로 신체적·정서적·성적 폭력을 가하거나 경제적 착취 등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유형으로 폭언과 폭행, 감금, 거주지 출입 통제, 노인의 소득과 재산 가로채기 등을 들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학대의 약 85%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였으며, 학대 가해자의 74%가 자식, 배우자 등 친족이었다고 한다. 무서운 현실이다. 노인요양시설에서의 학대사례도 2019년 대비 27.9%가 증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는 시국이다.
UN과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러한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하여 6월 15일을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노인 인권 및 학대 예방을 위해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을 만들었다. 올해로 6년째 맞이하는 기념일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1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한 달 동안 노인학대 예방·근절 추진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노인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노인학대 사례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관리체계 구축,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인식개선 사업, 노인복지서비스 등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일시적 행사가 되면 울림 없는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오래전, 서양 영화 하나가 떠오른다. 그 영화 속 주인공의 명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개 목걸이를 목에 두르고 알몸으로 거리에 뛰쳐나와야 겨우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어. 늙은이들에 대해서 누구 하나 관심이 없잖아.” 2008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휩쓴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다.
노인학대의 어두운 모습은 나에게도 곧 다가올 무서운 현상이다.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노인학대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통받는 노인학대 피해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노인학대는 더이상 가정이 아닌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문제이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학대 예방을 위해 우리 모두 주변 이웃을 다시 둘러보는 배려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시조 한 수가 불현듯 떠오른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늙기도 설워라커늘 짐을 조차 지실까//’ 조선 시대 대문호 정철의 시조이다. 다시금 우리나라의 효 문화와 노인의 현실을 일깨우게 만드는 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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