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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
  • 안산신문
  • 승인 2022.07.0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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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뜻은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북위(北魏)의 이밀(李謐)은 어려서 공번(孔燔)을 스승으로 삼아 학문에 정진했다. 몇 년이 지나자 이밀의 학문이 스승을 능가하게 되었다. 그러자 공번은 이밀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도리어 그를 스승으로 삼기를 청했다. 그러자 동문이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푸른색은 쪽에서 만들어졌지만
쪽이 푸른색보다 못하다네
어디 불변 고정의 스승이 있다던가
경전을 밝히고 아는 데 있는 것이지

 이는 ‘배우는 데는 일정한 스승이 없다.’라는 뜻의 ‘학무상사(學無常師)’라는 성어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이 ‘청출어람’을 좋아한다. 스승보다 제자가 뛰어난 것이 보람이고 사명이다. 나도 가르치는 것이 직업은 아니지만, 문학에 오래 발을 담그다 보니 우연히 글 쓰는 일을 가르치게 되었다. 중·고등학생은 대학입시를 앞두고 논술시험에 나올만한 내용으로 훈련을 시킨다. 영리한 학생은 몇 번 수업을 듣고 유명한 대학에 합격했다. “선생님과 같이 토론하고 글을 써 본 주제가 나왔어요.”라고 하면 내가 족집게 강사가 된 것처럼 우쭐해진다.
 또 문학을 공부하는 제자가 작가로 등단하거나 백일장에서 상을 타면 더 좋아하고 축하하는 것도 선생이다. <한국문인협회 안산지부>에서는 문학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데, 시, 수필, 소설, 서평, 낭송을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강의한다. 나도 소설을 담당하고 있지만 시, 수필, 서평, 낭송 반 강사들은 자기 반 제자가 상을 타고, 등단했다고 앞다투어 자랑한다. 연말이면 신춘문예로 등단하는 사람도 있는데, 모두 스승보다 출발이 뛰어난 셈이다.
 글쓰기 모임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있고, 학력, 재력이 나은 사람도 많다. 글쓰기를 배워서 유명한 작가가 되겠다는 내심의 포부는 있을지언정, 정말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들이다. 내가 얼마나 잘 살아왔다고 그분들을 가리키겠는가? 학창 시절의 문학도의 꿈을 북돋아 주는 역할이다.
 글쓰기는 모범 답안이 없다. 본인이 펜을 들고 써야만 되는 것이다. 본인이 써 온 작품에 약간의 첨삭을 통해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다. 다들 가슴에 쌓인 응어리는 풀고 싶은데, 필력은 따라주지 않으니 고민이다. 그분들의 이야기도 들어 주고 함께 수다도 떨면서 재미있게 보내는 시간이다.
 수업에는 기초반, 심화반이 운영되어야 하는데, 몇 년째 기초반만 운영한다. 수준에 따라 어렵다고 하고 한편에서는 너무 쉽다고 안일하게 강의한다고 지적이다. 한 달에 두세 번 수업에서 얼마나 깊은 수업을 할 수 있으며 기초반에서 바라는 것이 너무 많다.
 제자가 스승의 작품을 놓고 비판은 할 수 있다. 선생이 자질이 없다고 여겨지면 심화반으로 찾아가서 공부해야 한다. 나는 대학원 소설강의를 한 학기만 듣고 그만두었다. 등록금에 비해 수업이 부실하고 숙제는 벅차고 시간은 없다는 핑계였다. 소설 쓰기는 혼자서 터득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쓰는 일이라 여기며, 그만둔 것에 후회는 없다. 당연히 교수보다 훌륭한 글은 못 쓰고 있다. 제자가 되어 ‘청출어람’ 하지 못하면 스승에 대한 제자의 예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나의 제자들이여 부디 청출어람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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