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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꽃피우게 하는 만남
  • 안산신문
  • 승인 2022.07.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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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필즈상은 세계수학자대회에서 4년마다 수여하는 수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입니다. 그래서 소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상은 한국인은 물론 한국계 사람도 수상한 역사가 없는데, 2022년 7월 5일, 프린스턴대의 한국계 미국인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했습니다. 허 교수는 갑자기 등장한 수학 천재가 아니었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해서, 수학계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을 해결해왔죠. 특별히 그는 다른 수학자들과 다르게 여러 수학 분야를 통합한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수학계에서도 좋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수상에 우리나라 수학계가 왜 열광할까요? 그저 한국계이기 때문인 건 아닙니다. 사실 그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2살 때부터 한국에서 성장했습니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 학부 및 석사과정까지 국내에서 거쳤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이죠. 그런 점에서 허 교수의 수상은 한국 교육과정의 승리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아닙니다. 필즈상 수상자들이나 수학 천재들의 대부분은 아주 어릴 때부터 수학에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허 교수는 처음부터 수학에 특출난 재능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수학 포기자까지는 아니었고, 수학 자체에는 흥미가 있었지만, 입시 위주의 수학 교육 때문에 재미를 지속시키기가 어려웠다는 겁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는 수학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과학고에 가볼까 했지만, 선생님이 이미 늦었다고 해서 포기하고 동네 일반고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러나 얼마 후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고등학교를 1년 만에 자퇴합니다. 이후 그는 재수하고 서울대에 진학하게 되는데,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아서 성적표에는 F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학교를 다니던 중, 그의 인생을 바꾸는 만남이 일어납니다. 당시 서울대 초빙 석좌교수로 있던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를 만나게 된 것이죠. 허 교수는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를 수강하면서 수학에 새로운 흥미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히로나카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게 되고, 이는 결국 전공을 수학으로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죠. 허 교수가 받은 지금의 놀라운 성과 뒤에는 이런 결정적인 만남이 있었습니다. 아마 히로나카 교수가 없었다면 지금의 허 교수는 없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처럼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삶은 180도로 바뀔 수 있습니다. 꿈도 희망도 없이 살던 사람이 은인을 만나면 재능을 꽃피우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반면에 잘 나가던 사람이 잘못된 친구를 만나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먼저 좋은 만남이 오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만남이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내가 허준이 교수 같은 인생이 되기를 꿈꾸기보다, 먼저 히로나카 교수가 되기를 꿈꾸면서, 먼저 배려하는 사람,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도 분명히 좋은 만남이 생길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날 겁니다. 그중에서 상대방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좋은 만남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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