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김학중 칼럼
내가 입을 옷을 기부하세요.
  • 안산신문
  • 승인 2022.08.24 09:47
  • 댓글 0
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오늘날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문화 중의 하나가 ‘기부’입니다. 어떤 다른 목적을 갖고 도와주는 ‘적선’과는 달리, 다른 목적을 갖지 않고 도와주는 것을 말하죠. 그런 점에서 기부를 나쁜 마음으로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기부는 자신의 것을 나누어,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의 표현이죠. 요즘에는 돈뿐만이 아니라, 물건이나 재능까지 기부하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기부의 형태로 이웃을 섬기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겁니다.
   그런데 기부로 시작된 일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마 황당하기도 하고 많이 속상할 것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 그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었으니 마음이 언짢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이 경우 서로의 진심이 전달된다면, 그래도 아름답게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선한 기부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도록,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겠지요. 그리고 저는 이 대목에서, 기부를 대하는 기부자의 마음도 한 단계 더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아프리카 가나의 해변에 산더미처럼 쌓인 옷 쓰레기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이 전한 사진을 보면, 백사장 전체가 형형색색의 옷들로 뒤덮혀 있죠. 하늘에서 보면, 마치 거대한 캔버스에 추상화를 그려놓은 듯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영국에서 ‘기부’의 형태로 전달된 옷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 상황에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세계 5위권의 헌 옷 수출국이기 때문이죠. 전 세계에서 저렴한 가격이나 기부로 들어온 옷들 중, 재활용되지 못한 옷들이 골칫거리가 된 겁니다. 
   옷을 기부한 사람들의 마음은 선합니다. 내게 필요하지 않게 된 옷을, 가난한 나라에 나누어준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렇게 버려지는 옷 대부분이 “패스트 패션” 의류라는 겁니다. “패스트 패션”은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맞추어, 유행이 지나가기 전에 빠르게 만들어낸 옷입니다. 그러다 보니 옷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기보다는, 비교적 값싼 재료로 대량생산을 하게 되죠. 하지만 유행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 옷을 입지 않게 되어 나눔을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패스트 패션” 의류가 질이 낮다는 겁니다. 또한 저렴한 화학 섬유로 만들어져 환경과 건강에도 나쁩니다. 이처럼 ‘기부’라는 선한 의도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해변의 골칫거리’가 될 구조였던 것이죠.
   만약 기부자들이 ‘내게 필요 없는 옷’이 아니라, ‘내가 입을 옷’을 나누었다면 어땠을까요? 내가 계속 입고 싶지만, 몸이 성장하거나 체형이 변해서 입지 못하게 된 옷들 말이죠. 이렇게 조금만 더 성숙하게 마음을 나누었다면, 해변의 골칫거리는 많이 줄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일은 중고 거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언젠가 쓸 수도 있는 물건을 올린다면, 정말 정성이 담긴 마음으로 물건을 떠나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나도 상대방도 기분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관계도 그렇습니다. 내게 필요 없으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사람을 대하는 관계도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선한 의도로 했던 행동이 누군가에게 불필요하고 기분 나쁜 것이 되지 않도록, 조금 더 깊은 배려가 필요합니다. 나에게 소중한 것을 베푸는 마음을 가지기를 기원합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