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열차를 타고 지방에 가고 있었던 어느 날, 내 앞에서 승무원과 승객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었을까요? 잘 보니까 부정 승차한 것이 걸린 것이었습니다. 승무원은 벌금을 물리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정 승차한 사람이 오히려 승무원을 위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런 일이 있을까’ 싶어서, 문득 찾아보았습니다. 열차에 부정 승차하는 사람이 하루에 몇 명일까요?
  한국철도에 따르면, 부정 승차하다가 적발된 사람이 올해 상반기에만 9만여 명입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인 셈이죠. 이것만 해도 엄청난 숫자이지만, 인력이 부족해서 검표하지 못하는 일도 있을 테니,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정 승차가 매년 증가한다는 것, 그리고 걸리더라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속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열차 시간이 촉박해 표를 못 사고 탔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얼마든지 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은 교통카드를 찍으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열차시간이 촉박했다는 이야기는 그저 변명에 불과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조금 더 노골적으로 부정 승차를 시도합니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나 청소년 표를 사서 승차하는 것이죠. 검표하더라도 승무원이 보지 못하고 지나가길 바라는 것입니다. 또 예매 시스템의 허점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열차가 출발한 후 10분까지는 예매를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검표가 끝나면 바로 취소해버리는 것입니다. 심지어 눈속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기권을 끊었다 취소한 후, 승무원에게는 정기권을 깜빡 두고 왔다며, 대신 영수증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무슨 드라마 같은 소리를 하냐고 묻겠지만, 놀랍게도 실제 현장에서 단속되는 사례들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정 승차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통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개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부정 탑승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탑승 이후에 검표하기 때문에, 검표만 잘 피하면 무임승차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럼 개찰구를 만들면, 큰 허점을 해결하면 부정승차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떻게든 허점을 찾아서 부정승차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편하게 가기 위해 허점을 찾는 세력과 공정을 이유로 허점을 막으려는 세력! 사실 이런 문제가 열차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안에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비해 먹고 살기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결국 그런 허점을 악용하여 부와 권력을 얻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박탈감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성숙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허점을 악용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개표구를 만드는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부정 승차를 시도하는 생각을 안 하는 사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법의 허점을 찾는 일에 애쓰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있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입니다. 이것만 되어도 우리 안에 있는 크고 작은 수많은 논쟁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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