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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변화
  • 안산신문
  • 승인 2022.09.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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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미혼 여성 중에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는 한 명 낳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결혼할 남성이 없거나 결혼제도가 싫은데 아이만 낳겠다는 발상이다. 이전의 우리의 부모들이 알면 기절할 일이다. 부부관계 자체도 없이 처녀가 아이를 낳는 기상천외한 일을 현대의학은 가능케 하였다. 참으로 신박한 세상이다.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했다. 그 아이와 함께 육아방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 미소를 짓게 된다.
 사유리는 생리불순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난소 나이가 48세라는 충격적 진단을 받았다. 평소 출산 의지가 강했던 사유리는 더 이상 임신을 미룰 수 없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혼 여성에게 정자 기증을 해주는 병원을 찾을 수 없어 일본에서 아이를 출산하게 됐다고 한다.
 결혼 한 부부가 시험관 시술을 통하여 아이를 갖는 경우와 처녀가 시험관 시술을 통하여 아이를 경우는 가족제도나 윤리적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하는 일이 한국에서는 아직은 낯설다. 한국은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 시술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는 모든 여성에게 있지만, 현실은 결혼제도를 거치지 않으면 정자를 기증 받는 일도 안 된다고 한다. 아무리 출산율이 세계최저이고 인구 절벽이라고 탄식을 해도 결혼하지 않는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자유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다. 유교와 전통적인 가부장 문화가 짙은 우리나라에서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또 우리나라는 홑부모나 미혼 여성은 입양도 할 수 없다. 자녀를 입양하거나 아이를 낳으려면 불법적인 방법밖에 없다. 난임 부부도 정자 기증을 받기 힘든 사회에서 미혼인 사유리의 출산은 고리타분한 사상을 가진 어른들에게 강한 충격을 주었다. 엄마, 아빠가 출산한 자녀로 구성되어야만 가족이 아니다. 결혼을 안 하고도 엄마가 될 수 있고, 가정도 꾸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물론 처녀가 정자를 기증 받을 방법은 아직 없다. 사유리처럼 해외에서나 가능한 꿈같은 이야기다.
 얼마 전 기독교 단체에서 “동성애, 동성결혼 허용 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서명을 해달라고 했다. 나는 뉴질랜드 여행에서 동성 간 결혼식을 본 경험이 있고, 그 결혼에 대해 생각이 많은 터라 사인을 할 수가 없었다. 다양한 가족이 존재하는 시대에 남자와 남자가 가족이 되기도 하고 여자와 여자가 가족이 될 수 있다. 또한 처녀가 아이를 낳아 가족이 될 수도 있다.
 비혼을 선언한 1인 가정은 엄청 많다. 1인 세대를 위한 물품들이 넘쳐나고 판매도 확장추세다. 이제 세상은 '가족'이라는 고전적 틀을 깨고 그 형태를 보다 폭넓게 수용하는 강력한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 사회도 사유리와 그의 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편견의 시선을 거둬야 한다. 이 가족이 진정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우리는 다양성의 시대를 인정해야 한다.
 생명은 소중하지만 여성들은 원하지 않는 임신에 대해 낙태할 권리를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낙태의 반대는 아기를 낳는 것을 인정해라이다. 이제 처녀가 아이를 낳겠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 결혼과 부부관계와 아예 정자기증이라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다름이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가 되기도 한다. 아빠가 없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유리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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