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서평
나에겐 비밀이 있어 
  • 안산신문
  • 승인 2022.09.29 09:30
  • 댓글 0
이동연 글, 그림 / 올리출판사

 물결처럼 약간 흔들리듯이 책 제목이 적혀 있다.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 말하고 있는 듯하다. 책 표지에는 두 얼굴이 있는데, 두 얼굴은 반쪽의 얼굴이다. 오른쪽은 어두운 회갈색의 얼굴이고 왼쪽은 노란색의 얼굴. 두 사람일까? 

 책 표지를 넘기면 책 표지와는 다르게 두 얼굴이 전체 모습인데 위치가 바뀌었다. 마치 거울에 반사된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란 얼굴과 입을 꽉 다물고 눈도 감고 있는 회갈색 얼굴. 한 장 더 넘기면 노란 망고가 “안녕, 난 망고야!” 하며 쾌활하게 인사하며 걸어간다. 망고는 손을 들어 과일 친구들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어.’라고 망고의 속마음이 글로 표현되어 있다. 망고는 그 비밀을 들키고 싶지 않아 친구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망고는 자주 일기 예보를 확인하고 비가 오면 서둘려 집으로 들어간다. 집에 들어온 망고는 길게 한숨을 쉰다. 안도의 긴 숨. 우산꽂이에는 여러 개의 우산이 있다. 이렇게 급하게 집에 들어온 적이 많은 망고. 망고는 방에 들어가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본다. 비를 맞은 노란 망고의 이곳저곳이 물감에 씻기듯이 노란색이 지워져 있다. “사실... 나는 망고가 아니야. 아보카도야.”

 망고 아니, 아보카도는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자신을 친구들이 싫어한다고 생각하며 밖에 나갈 때는 망고로 화장을 한다. 집에서는 아보카도, 밖에서는 망고로 살고 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야외로 놀러 갔다. 멀리 나와본 적이 없는 아보카도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지만, 아보카도의 불안한 속마음이 얼굴에 보인다. 자전거를 타던 수박이 내리막길에서 속도 조절을 하지 못하고 구른다. 아보카도에게 막 굴러오는 수박. 그때 체리가 아보카도를 밀치면서 구해주고 자신은 개천에 풍덩 빠진다. 수영을 못하는 체리. 물에 빠진 체리가 허우적거릴 때 아보카도는 체리를 구해주고 싶은 마음과 화장한 것이 지워져서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까봐 걱정하며 망설인다. 아보카도는 눈을 찔끔 감고 물에 들어가서 체리를 구해준다. 얼룩덜룩해진 망고, 아니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울면서 달려가고 뒤에서 친구들이 아보카도를 부른다. (뒷이야기는 생략)

 아보카도는 망고로 분장한 자신을 보면서 예쁘다고 말했다. 남이 보기에 좋은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들여서 화장했고, 또 그것을 들킬까 봐 걱정하며 지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쩌면 우리도 아보카도처럼 살고 있다. 진짜 내 모습을 감추고 남이 보았으면 하는 그 모습으로 살고 있다. 진짜 내 모습보다는 남이 좋아하는, 남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매일 살아갈려고 애쓴다. 물론 많은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의 가면은 필요하다. 그러나 가면 뒤에 감춰진 나의 진짜 모습까지, 부정하면 안 된다. 화장에 감춰져 있지만 나는 회갈색의 울퉁불퉁한 아보카도다. 나는 친구를 챙기고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며, 친구들을 아끼는 아보카도다. 무엇보다 나는 나 자신을 제일 아끼고 보살피고 있다. 망고가 아보카도인 것을 안 친구들은 어떻게 대할까? 만약 내 친구가 망고로 분장한 아보카도었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아보카도는 꼭 분장을 해야 했을까? 분장이 필요하지 않는 누구든지,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누구나 있는 그대로 대접받는 세상을 꿈꾸면서 그림책을 다시 열어서 본다. 

최소은 (혜윰서평단)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