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일상에서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순간에 쓰이는 말이기도 하고, 일상에서는 중 2병 걸린 청소년의 허세가 담긴 표현으로 희화화 되기도 한다. 또한 상반되는 선택지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딜레마를 잘 표현한 대사로 유명하다. 1599년에서 1601년 사이에 쓰인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12세기 덴마크 왕가를 배경으로 인간의 통속적인 감정을 한 곳에 몰아넣으며 인간의 본성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으로 오늘날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품의 하나로 평가된다. 19세기 초 독일의 젊은 시민계급 남자들에게 햄릿은 세계에 대한 도피와 무계획적인 행동에 대한 충동을 반복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색가적인 면모로 그들을 열광케했다. 또한 내면의 대화를 통해 그의 분열되고 회의적인 삶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보여지는 매력적이고 재치있으며 지적인 면모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시대의 우상이 되었다. 
  햄릿은 정직하지 못한 숙부, 정숙하지 못한 어머니, 아첨꾼들로 둘러 쌓인 왕궁, 도덕적 타락이 만연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정직한(honest) 왕자였다. 덴마크의 왕이자 햄릿의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 숙부의 의심을 피하고 복수를 위해 햄릿은 광증을 연기한다. 햄릿의 광증은 아버지인 선왕의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죽인 숙부가 왕위를 계승하고 어머니와의 재혼식이 거행된 현실이 있다. 또한 계란 껍데기 만한 척박한 땅을 두고 노르웨이와 전쟁하며 백성들을 밤낮으로 노역을 시키는 군주의 야심에 대한 반기이기도 했다. 햄릿은 혼란한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갖추었고 신의 이치가 이 땅에 구현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며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런 햄릿의 진가는 연인 오필리아의 대사에서 드러난다. 
  “오! 그처럼 고결한 심성이 여기 무너져내렸구나. 조신(현명한 신하)의 눈, 군인의 칼, 학자의 변이요. 국가의 기대와 꽃이며 풍속의 거울과 행동의 규범이며, 만인의 우러름을 받는 분이 아주 무너지셨구나... 광증의 불에 타서 말라 버렸구나.” (p. 105)
  햄릿은 연속된 딜레마 빠진 불쌍한 왕자였다. 첫째로, 선왕의 복수를 위해서는 어머니의 치부를 드러내어 심판을 해야 한다. 둘째로, 왕위 계승자로서 백성을 이끌어 줄 왕가의 공백을 무시하고 복수를 실행한다면 세상의 혼란이 가중될 것을 걱정했다. 셋째로 어머니의 바람을 지켜보면서 연인 오필리아의 정숙을 믿지 못하고, 왕의 아첨꾼이자 염탐꾼인 연인의 아버지를 죽인 자로서 그의 사랑은 평범할 수 없었다. 햄릿은 개인적인 분노로 복수하는 것은 쉬우나, 대안을 생각하지 못한 아니 찾을 수 없는 그는 망설일 수 밖에 없다. 그의 망성임을 단순한 우유부단함으로 폄하하지 말고 그가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어낸 덴마크 왕실의 정화 노력을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 
  정의는 선한 자의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결코 쉽게 성취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햄릿의 비극적 결말로써 알 수 있다. 햄릿의 복수는 숙부의 목을 취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숙부의 죄상을 세상에 알려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져 삶보다 죽음이 천복이 되는 세상의 끝을 알리며 성취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복수보다 절대적 권력을 가진 왕이 저지르는 악행도 결국 벌을 받게 된다는 것에 있다. 사필귀정의 정의를 수호하려는 젊은 햄릿의 의지가 지켜지는 덴마크 왕국은 그로 인해 희망적인 미래를 꿈꿈 수 있게 되었다. 
  햄릿의 딜레마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인간 본성과 정의 실현에 대한 내면의 갈등으로 여전히 함께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가치가 절대적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가치와 이상 세계을 꿈꾸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려는 움직임도 분명 존재한다. 시대를 초월하여 정의와 불의, 실체와 허구, 이성과 격정, 사랑과 미움은 항상 서로 대립하고 분쟁은 끊임없이 생겨난다. 세상을 바꾸는 한 인간의 노력은 미비하지만 바다도 결국 한 방울의 물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처럼 개인의 양심에 따른 의지가 때론 사회 전체를 움직이기도 한다.   

이순옥 (혜움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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