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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건너는 법
  • 안산신문
  • 승인 2023.02.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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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사람이 사막을 건너는데 뱀, 호랑이, 원숭이, 새 이렇게 네 가지가 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해서 갈 것인지를 물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과 생각으로 사막은 가다가 죽을 길이므로 아무도 안 데리고 나도 가지 않겠다는 사람, 호랑이와 원숭이만 데리고 가겠다는 사람, 모두 다 데리고 가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막은 비유하면 인생이다. 뱀은 재물, 호랑이는 명예, 원숭이는 남편이나 아내, 새는 자녀를 상징한다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렇게 네 가지라도 선택해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우리의 삶은 이렇게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없는 길을 만들어서 가야 하는 것이다.
 세상이라는 사막을 조금만 걸어 보면 알 수 있다. 이 사막에서 혼자 걷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거기에다 신체적이나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또 용기백배하지 않으면 사막을 건널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이 사막을 홀로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가족이나 명예, 재물을 가지기 위해 충분한 준비도 없이 뛰어드는 사람도 많다.
 삼중의 장애를 지닌 여성 ‘헬렌 켈러’는 눈에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할 수 없었다. 헬렌 켈러는 라디오에 두 손을 올려놓고 음악을 즐길 때면 나머지 감각을 섬세하게 조율하여 관악기와 현악기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다. 헬렌 켈러는 친구인 마크 트웨인의 입을 통해 미시시피강 근처의 활기 넘치는 남부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탐욕스럽게 탐색했던 생의 압도적 향기, 맛, 촉감, 느낌에 대한 긴 글을 썼다. 그녀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많은 이들에 비해 훨씬 더 살아 움직이는 삶을 살았다.
 우리는 보아야 할 것만 보는 단순함, 의식을 치르듯 정형화된 성애, 처리해야 할 일을 좇아 돌아다니는 잿빛 도로와 거리, 뭐 이런 일상적이고 전혀 심미적이지 못한 것들 속에서 사는 무감각의 인간이 아닌가. 우리의 감각이 닿아야 하고, 닿을 수 있었던 ‘생의 압도적 향기, 맛, 촉감, 느낌’이 숨이 가쁘게 돌아가는 우리 생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던가.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거의 보지 못하더군요. 세상을 가득 채운 색채와 율동의 파노라마를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갖지 못한 것만 갈망하는 그런 존재가 아마 인간일 겁니다. 이 빛의 세계에서 ‘시각’이라는 선물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수단이 아닌, 단지 편리한 도구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건 너무나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중에서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다시 읽으며, 헬렌 켈러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지도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자신이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지혜와 겸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불우한 조건들을 이겨낸 사람이 아니라 도리어 그 조건들을 소중하게 품었던 사람이었다. 이 대리자의 부족하고 불완전한 점을 통해, 부족하고 불완전하면서도 자신을 충분하고 완전한 존재로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사막을 건너는 법을 조심스럽게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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