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3월 8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다. 전당대회의 슬로건은 ‘힘내라! 대한민국’이다. 어쩐지 그 슬로건 속에 힘든 우리나라의 얼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얼마나 나라가 가라앉았으면 힘내라 대한민국일까?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범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반드시 얻어내야 한다. 국론 분열로 두 동강 난 국력을 봉합하는 불쏘시개를 만들어야 한다. 슬로건처럼 정말 ‘힘내라!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의 성공을 통해 지친 국민의 힘이 되고, 야당과도 꾸준한 협치로 대한민국 도약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고개가 갸웃거려지고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정치인에게 식상을 느낀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이다. 민주당은 현 정권 규탄대회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갔다. 거대 야당의 힘을 살리지도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하는 것 같아 볼썽사납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100%로 뽑는다. 지난 18년 동안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당 대표를 뽑아왔다. 상전벽해 같은 변화이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큰 줄기를 바꾸다 보니 그 배경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아직도 뒷말이 많다. 쫓기는 사람처럼 왜 그리도 성급하게 바꾸어야만 했을까?
당 대표 후보에는 9명, 최고위원에는 18명이 후보 신청을 했다. 이중 당 대표 후보 6명, 최고위원 후보 13명이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뭐니 뭐니해도 관심은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될 당 대표 선거에 집중되고 있다. 이른바 친윤계라 불리는 김기현 후보와  비윤계로 불리는 안철수 후보 두 사람에게 쏠리고 있다.
초반전에는 친윤계인 김기현 후보에게 쏠렸다. 그러나 나경원 전 의원의 급등지지세로 이상한 판세가 조성되었다. 결국, 나 전 의원은 도중 하차하고 여론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김기현 후보를 앞서면서 친윤 진영이 안 후보에 대한 집중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상대방 견제가 거세어지고 퍼붓는 말에도 가시가 무성하다. 앞으로 비방과 비난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여진다. 블랙홀 전당대회로 표류할까 걱정도 생긴다.
경선의 최대 변수는 나경원 전 의원이다. 이 부동표가 어디로 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두 후보의 나 전 의원에게 향한 구애는 높아질 것이다. 또한, 반윤 리더였던 유승민 전 의원에게도 물밑 구애가 펼쳐질 것이다. 당내 지지가 약하지만, 수도권과 젊은층의 지지는 상대적으로 두텁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상대방의 지나간 일까지 미주알고주알 까발려지고 있다. 상대방의 치부를 양파껍질 벗겨내듯 벗기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기자회견까지 열고 윤심팔이를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김기현 후보는 윤심팔이 경쟁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윤심 보태기 경쟁을 해야 한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도 당무 개입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당에겐 좋은 먹잇감이 될 게 분명하다. 윤심 후보에 대한 지원 사격이 목적이라고 야당에서 벌써 거센 성토가 나오고 있다.
물가는 급등하고 서민들의 한숨이 무겁기 그지없다. 친윤이니 반윤이니 반목과 분열을 조장할 때가 아니다. 당권 후보들간의 선을 넘는 과도한 경쟁과 노골적인 편 가르기는 상처만 남는 전당대회로 전락한다.
당의 비전을 제시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를 내년 총선의 원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두 후보는 사심을 깨끗하게 버려야 한다. 오로지 국민과 나라를 바라보며 전당대회가 통합과 화합으로 하나가 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힘이 살아날 수 있다.
전당대회는 정당 지도부 선출 외에도 당헌, 당규 등의 개정,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 국회의원 총선거나 지방선거 등 큰 선거를 앞두고 당원들의 결집을 아우르는 데 있다. 이제 후보자 간 합동 토론회와 TV 토론회가 수없이 진행될 것이다. 동문서답 같은 토론회, 비난이 주가 되는 토론회가 되지 않아야 한다. 많은 토론 과정을 거치며 정책과 비전을 갖고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등 돌렸던 국민이 되돌아서고 힘찬 박수를 보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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