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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말 걸다
  • 안산신문
  • 승인 2023.03.0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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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지인이 중견 화가의 전시회에서 그림 한 점을 구매해 내게 선물해 줬다. 나도 그 전시회를 다녀온 터라 그림의 금액을 듣고 놀랐다. 그림의 가치보다 우선 돈의 가치부터 먼저 생각한 나는 지인에게 반품하라고 억지를 부렸다. 그 값을 넘어서는 훌륭한 그림인 것을 알지만, 또 나를 생각하는 그 마음은 매우 고마우나 비싼 선물을 받는 마음이 불편하였다.
 처음에는 수많은 작품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곳저곳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옮겨 다녔다. 우리 집에는 값은 나가지 않지만 사진 그림, 도자기 등이 여럿 있다. 어느 날 우연히 거실의 콘솔 위에 무심히 올려 두었다. 이때부터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림을 보며 지인의 사랑과 화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충분히 선물 이상의 값을 하고 있다. 이제야 내 것이 된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흘러 누구의 마음을 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술이 대중화되면서 주변의 지인들은 연주회를 하고, 사진, 그림, 도자기 전시회를 곧잘 가진다. 나는 무지하지만 약간의 조예가 있는 척하기 위해 나는 공연장이나 전시회를 찾는 편이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꼭 들러보고 온다. 한국에 유명한 뮤지션이 오면 비싼 티켓팅을 하고, ‘오르세 미술관’은 프랑스에서도 가보고 한국전이 열릴 때마다 보았다. 이건희 컬렉션에서는 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중·노년의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예술작품이 누구에게나 골고루 감상할 기회를 준 것은 고마운 일이고, ‘국립서울현대미술관, 과천현대미술관’에 나누어 전시할 만큼 많은 작품을 사들인 놀라운 재력에 입이 벌어졌다.
 내가 본 재력으로 무장한 미술관은 미국 워싱턴의 ‘국립미술관’이다. 다양한 시대와 나라의 멋진 작품이 어마어마하게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도 엄청나게 커서 동관 서관으로 나누어져 있고 야외 전시품도 많이 있다. 다빈치, 모네, 고흐 등 중세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모든 시대의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로 제공하는 작품설명도 들을 수 있다. 과거 위대한 예술가들의 황홀한 명작을 관리도 매우 잘하고 있고, 건물 실내장식도 아름답고 동선도 관람객의 눈높이 맞춰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배려를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워싱턴에는 그 외에 ‘우주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 전 세계인에게 무료로 입장하는 곳이 많은데, 돈이 이렇게 쓰이는 것은 부럽고 존경할 일이다.
 최근에 본 ‘합스부르크 600년’ 전도 훌륭했지만 ‘안산 어촌 민속박물관’도 훌륭했다. ‘합스부르크 600년’ 전은 입장료가 1만7천 원이었다. 또 미리 예매하고 공연처럼 시간에 맞춰 입장했다. 그러나 대부도에 있는 ‘안산 어촌 민속박물관’은 안산 사람이라면 무료다. 또 ‘안산 산업 역사박물관’이나 ‘경기도 미술관’도 나들이하기엔 좋은 곳이다.
 예술품은 무한반복의 일상에서 쉼을, 또는 도전의 영감을 줄 수 있다. 그 가치가 작가의 생에서가 아니라 후세의 사람들에게 감동과 의미를 줄 수 있다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성공적이다. 성공하지 못한 많은 작가도 자기 세계에서 하나의 성을 만들고 허물기를 반복하면서 예술의 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위대한 작품을 보고 감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작은 전시장이나 미술관에서 특별한 감동을 받는 경우도 많다. 봄이 오는 길목이다. 자주 들리는 카페에 걸린 그림 한 점이나 사진에 말을 걸어보자. 보물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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