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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들은 커피선택부터 남다르다.
  • 안산신문
  • 승인 2023.03.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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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석<안산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한국 청년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몹시 추운 한겨울에 얼어 죽어도 마신다. 말을 줄여 얼죽아 또는 아아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 트랜드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속도다. 외국에서 특이한 문화라고 소개하면서 ‘빨리빨리’ 문화라고 원인 분석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음료 문화이지만 그런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M세대(약 28~35세, 21세기를 청소년일 때 맞이한 세대)와 Z세대라고 자신들을 특화시켰다. 누군가 어떤 학자가 명명했겠지만 Z세대는 M세대와 10년정도 터울지는 나이대를 지칭한다. 대략 18~25세정도이다. 이들은 대학입시와 사회에 진출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리고 M세대는 직장 초년생이거나 취준생을 몇년간 준비하거나 공부를 더하고 있는 연령대이다. 그들중에는 상대적으로 번듯한 직장인이거나 주식과 코인대박 또는 쪽박, 금수저, 영끌투자, 첨단 기술 창업등등 실패내지 성공한 친구를 둔 세대이기도 한다. 
이쯤이면 왜 한 겨울에도 아아가 많이 팔리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열을 식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Z세대가 지닌 긴장감과 혈기, M세대가 지닌 초조함 등등이 작용을 한다. 그리고 젊은 날을 입시전쟁과 취업전쟁, 상대적 열등감과 치열한 경쟁으로 빚어지는 마찰열을 식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대에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장통을 수반한 삶의 궤적은 안쓰러울 지경이다. 이런 상황은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거의 예외없이 겪는 필수 코스이다. 
둘째는 한 겨울에도 얼음을 찾는 결기를 보여주는 것은 나름의 멋이 있기 때문이다. 도전과 응전의 멋이기도 하고 혈기를 자랑하는 에너지를 뽐내는 맛이 있다. 젊다는 특유의 가치는 춥다는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파괴력을 지닌다. 추울수록 웃통벗고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치는 나이대인 것이다. 한동안 시청률이 높았던 예능프로의 한겨울 찬물에 입수하는 장면들이 청년들의 잠재의식을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추운 기후에 저항하며 주변 환경에 대항하는 생각들이 청년들의 특권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위태로운 자신들의 처지를 항변하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자기 자신들을 위해 스스로 기존 관습을 바꾸고자 하는 주인 의식을 드러내는 음료문화이기도 할 것이다. 기성 사회의 법칙은 우리한테는 통하지 않으며 기존의 논리대신 새로운 논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의 소산처럼 보인다. 
청년들이 거의 다 아아를 찾고 있다면 단순한 소비문화가 아니라 어떤 외침을 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이미 그들이 만든 트랜드이며 문화 현상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카페에서는 제일 저렴한 음료라서 선택되었을 것이다. 
청년층의 앗쌀한 생각이 드러나는 선택이다. 자신들이 마시는 간식음료가 저렴하지만 자신들의 생각과 처지를 은연중에 표현하는 수단으로 적합했기 때문이다. M세대와 Z세대는 자신들의 눈높이가 따로 있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 현상이 세대갈등을 빚거나 손위 사람에 대한 불손으로 비춰지는 부작용이 따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청년층이 가진 식견과 안목으로 사회적 요소들을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행위라고 인정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결과물들은 모두 미숙과 훈숙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이 누락되면 청년 시기의 추억거리가 반감될 뿐이다. 아무튼 가장 저렴한 아아로 가장 그럴싸하게 청년시기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중으로 생각된다. 넷째는 아아가 시원 씁슬한 맛을 가진 만큼 씁쓸한 현재와 시원하게 열릴 미래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옛말에 약관 20이면 입지立志 라 했다. 뜻을 세우고 준비를 가열차게 해야 하는 때에 딱 들어맞는 맛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겠다. 나이든 사람들이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시는 것은 편안하고자 함이다. 
속도 편안해지고 온기가 몸에 전해지면 안정감과 안온함을 느낄 수 있어서이다. 그와 반대로 차가운 음료는 속이 시원해지는 반면 열기를 식히는 작용을 한다. 더구나 씁쓸한 차거운 맛이라니 청년의 심정을 대변하는데는 제격인 셈이다. 다섯째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선호하고 있다. 다이어트 식품이며 입안과 위장을 시원하게 한단다.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동시에 뜨겁지 않아 빨리 먹을 수 있다는 능률적인 면이 청년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는 답답하고 두려우며 할 말 많은 사회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너나없이 청년들이 좋아하고 들고 다니는 이야기가 많아지면 좋겠다. 
취업도 잘되고 하고 싶은 활동도 주저없이 할 수 있는 사회로 발전하는데 아아를 선호한 청년들이 큰 기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품격있는 사회일 때 가능하다.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창피한 상황에서는 그냥 아아만 잘 팔릴 뿐이다. 청년세대가 선택한 아아처럼 갑갑하고 불안한 사회에서 시원하게 탈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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