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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 안산신문
  • 승인 2023.03.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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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

 일러스트 출신 요시타케 신스케는 2013년에 편집자의 제안으로 첫 그림책 『이게 정말 사과일까?』를 펴내고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새로운 발상이 담긴 시선으로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로 현실과 상상 속 세계를 반반 담은 그의 책은 어느새 20여 권이 넘는다. 깔끔하고 단순하지만 부드러운 온기가 느껴지는 그림과 일상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어울려진 그의 책은 남녀노소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는 2018년 다음과 같이 인터뷰했다.
  "아이들은 감이 좋아서 한두 페이지만 읽어도 이 책은 재미없겠구나를 바로 안다. 책을 하나 골랐는데 마지막 페이지까지 볼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어린이라는 생물은 세상에서 가장 싫증을 내는 생물이다. 그런 생물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을 다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마을의 변두리 한 귀퉁이에 있는 ‘있으려나 서점’에는 다양한 책을 찾는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조금 희귀한 책’에는 작가 나무를 키우는 법, 세계의 팝업 그림책, 둘이 읽는 책, 달빛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책들이 나온다. 서점에는 독자가 책을 읽을 때 필요한 도구들도 판매하는 데 하나같이 갖고 싶은 것들뿐이다. 예를 들면 독서 보조 로봇, 표지 리커버 기계, 무덤 속 책장 등이 있다. 서점에는 책과 관련된 독서 이력 수사관, 카리스마 서점 직원, 도서견(犬), 책 이별 플레너(헌책가) 등 이색 직업들도 등장한다. 이곳은 책과 관련된다양한 책 축제, 서점 결혼식, 세계 일주 독서 여행, 책이 내리는 마을, 독서초(草)가 나는 지방, 수중 도서관, 책 재활용 센터를 체험 신청할 수 있다. 
  서점이란 좋은 책을 전해 주기 위해, 좋은 책을 미래에 남기기 위해, 좋은 책이 계속 나오도록, 매일 매일 전문가가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곳이다. 이곳은 희망과 실망과 욕망, 타인의 인생과 본 적이 없는 풍경, 세계의 비밀과 또 하나의 자신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서점이란, 검색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안내해 주는 곳이며 장차 탄생할 명작을 위해 투자하는 곳이다. 서점은 새 책이 세상에 처음 자리 잡을 장소를 마련해 주는 곳이기도 하고 책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책한테 은혜를 갚기 위해 계속 책에 매달려 있는 곳이다. (P.86)
  중세 유대인 사회에서는 읽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 공개적으로 축복해 주는 의식이 있었다. 기도 시간에 선생은 읽기에 입문할 소년을 무릎에 앉히고 헤브루어 철자가 적힌 석판을 보여 준다. 석판에는 성경 한 구절과 “<모세 5경>이 너의 것이 될지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선생이 글자 하나하나를 큰 소리로 읽으면 어린이도 따라서 읽는다. 그러고 나면 석판 위에 꿀이 발라지고 어린이는 석판을 혀로 핥으며 그 성스러운 단어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또 껍질을 벗겨 낸 삶은 계란이나 꿀로 만든 과자에 성경 구절을 적기도 했는데, 어린이는 선생 앞에서 성경 구절을 큰 소리로 읽은 뒤 그것을 먹었다. <독서의 역사>에 나오는 부분으로 ‘읽기’를 달콤함으로 연상되게 하는 유대인의 지혜가 느껴진다. 
  책에 차마 꿀을 바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있으려나 서점>은 책 자체의 달콤함을 알려주기에 충분한 재미가 담긴 책이다. 책표지에서부터 시작되는 숨겨진 메시지는 유튜브와 게임의 자극에 중독 된 사람들도 보물찾기하듯 구석구석 살피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준다. 요시다케 신스케의 책은 글을 모르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소통하며 읽을 수 있는 익살스러운 일러스트가 가득한 책이다. 어린 동생이 읽고 나서 오빠에게 권해주고, 부모가 함께 읽으며 피식거릴 수 있는 유머와 숨겨진 감성들이 책읽는 동안 곳곳에 흩뿌려진다. ‘책 읽기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표현이 찰떡같이 어울리는 진정 멈출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이순옥(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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