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시대가 참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 풍경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주섬주섬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거나 신문을 펼쳐보던 모습은, 그저 옛날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추억의 장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다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쇼핑을 합니다. 밀린 웹툰을 보면서 각자만의 세상을 즐기기도 하죠. 
   그러나 그 중에서도 우리의 시선을 가장 많이 붙잡아 두는 것은, 단연 ‘영상 콘텐츠’였습니다. 드라마, 영화, 예능, 강연, 스포츠, 게임 등...움직이는 화면을 통해서 전해지는 재미와 감동은 우리를 완전히 매료시킵니다. ‘눈을 떼려야 뗄 수 없다’는 말이 정말로 실감이 가죠. 물론 한동안 영상 콘텐츠 시장도 잠시 ‘레드오션’으로 진입하는 듯했습니다. 시청하는 사람들의 시간은 한정되어있는데, 너무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죠. 
   바로 그 순간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숏폼 콘텐츠’였습니다. 시청자들이 한정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길 원하니, 콘텐츠의 길이를 확 줄여버린 겁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잠시 주춤하던 영상 플랫폼은 다시 날개를 달고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월간 이용자 수가 10억 명을 넘어선 <틱톡>, 그리고 후발주자인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는, 콘텐츠 창작자들을 끌어 모이기 위해서 엄청난 투자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에는 ‘단점’도 있는 법이겠지요. 이러한 '효율적인' 콘텐츠 소비 변화는 우리의 사고 과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숏폼을 통해 짧고 새로운 자극들만 접하는 뇌는, 어느덧 모든 정보들을 장기적으로 저장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해버립니다. 그래서 정작 기억해야하는 정보들도 쉽사리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요즘 우리 사회에 인내심이 부족해지는 현상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기승전결의 과정을 통해서 천천히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다소 수고스럽지만 인내를 통해서 성취감을 얻었죠.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요즘은 이러한 수고의 과정이 배제되는 겁니다. 그래서 어렵고 복잡한 과정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죠. 이처럼 우리에게 ‘꼭 필요한 헛수고’가 사라지자 인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겁니다. 
   그것으로 인한 가장 큰 아쉬움은 경청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아닐까요? 다른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만큼의 인내력과 집중력을 잃으면서,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 우리의 상황! 어쩌면 지금 우리 안에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소통의 부재는 결국 여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은 계속해서 빠르고 효율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시간을 재촉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서로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인내하며 듣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자연을 바라보며, 주변과 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세상은 ‘낭비’라고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잠시 멈추면서 갈고 닦는 시간이 칼에게는 중요한 ‘낭비’인 것처럼, 잠시의 멈춤이 내 삶을 더 아름답게 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오늘 잠시 바보처럼 멈추고 듣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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