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소설가 보르헤스가 한 말이다. 도서관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인물이다. 보르헤스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시력이 약화 되는 유전적 질환이 있었다. 시력을 상실해가면서도 그는 책을 놓지 않았다. 자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년을 고용했다. 알베르토 망구엘이다.
망구엘은 1964년부터 1968년까지 5년 동안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그런 그가 유명한 비평가가 되어 ‘독서의 역사’를 저술했다. 그의 책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 상까지 수상했다.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정신적 성숙과 책으로 인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결과이다. 그야말로 책의 힘이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1964년부터 현재까지 4월 12일부터 18일까지를 ‘도서관 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책 행사를 펼쳐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4월 12일을 법정기념일인 ‘도서관의 날’로 지정한 첫해이다. 제59회를 맞는 도서관 주간의 공식 주제는 ‘경계 없이 비추는 문화의 빛, 도서관’이다. 전국의 도서관이 책에 관한 도서관 활동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
안산의 많은 도서관도 도서관 주간을 맞아 도서관마다 다양한 책 잔치를 벌이고 있다. 작은 도서관들도 독특한 책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8일 사이동 어울림공원의 벚꽃 축제에서 사이동 꿈을키우는작은도서관(관장 박명신)의 책 행사가 관람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독서율이 갈수록 하향곡선을 긋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2022년 목회데이터연구소가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의 독서 현실을 한눈에 재조명할 수 있는 통계였다.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량이 2년 사이 8권에서 5권으로 무려 38%나 줄어들었다. 유튜브, 인터넷 등의 범람 때문이었다. 지난 2년간 독서량 변화의 특징을 보면, 성인의 감소율이 가장 컸고, 학생 중에서는 특히 초등학생의 독서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87권에서 무려 67권으로 줄어들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읽기 수업을 진행하다 학생에게 들은 말이다. “나 대신 책을 읽어주는 ‘북튜버’ 채널도 있고, 글자를 긁으면 자세하게 알려주는 세이펜도 있는데 왜 내가 직접 읽어야 하나요?” 섬뜩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교실이다.
연령별 독서율 변화는 20대 연령층을 제외한 30대 이상의 경우 독서율이 모두 하락했는데, 특히 지난 4년 사이 60세 이상 고령층 독서율 하락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청년층의 독서율만 2017년 이후 감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종이책 독서는 줄었지만, 전자책과 오디오북 사용 증가에 따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서 장애 요인에 대해서 성인은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7%)가 가장 높았고, 학생들은 ‘스마트폰,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 등을 이용해서’(24%)가 가장 높았다. 우리의 독서 실태를 다시 한번 돌아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독서는 인간의 뇌와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를 자극해 기억력,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수많은 정보와 지식과 이해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다. 연구원들은 하루 단 6분 동안 책을 읽어도 스트레스 수준을 68%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책에 몰입하게 되면 걱정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것은 불안, 우울증 또는 다른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형태의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기도 하다.
4월은 책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다. 지난 2일은 ‘세계 어린이 책의 날’, 12일은 ‘도서관의 날’,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책과 도서관은 실과 바늘의 관계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계속 하위권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공공도서관이었다.”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모든 방법이 실패하면 포기하고 도서관에 갈 것이다.” 스티븐 킹의 말이다.
제1회 도서관의 날을 맞이해 국민에게 미래를 심어주는,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도서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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