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여러분에게 일주일 동안 쓰레기통을 뒤져서 생활하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대부분 기분이 안 좋으실 겁니다. 왜냐하면 쓰레기통에는 쓸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쓰레기통은 쓸모없는 것을 모아두는 통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쓰레기통은 ‘내가 생각하기에’ 쓸모없는 것을 모아두는 통을 뜻한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 쓰레기통을 잘 보면, 의외로 누가 봐도 쓸만한 것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영국에 ‘마틴’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마틴은 평일에는 잠수부로 일하는데, 주말에는 잠수복을 벗고 다른 일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입니다. 그는 왜 남들이 쓸모없다고 버린 물건들이 가득한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일까? 어린 시절에 너무 가난해서 생존을 위해 쓰레기통을 뒤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바로 쓸만한 물건들을 얻기 위해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이죠.
  그의 말에 의하면, 실제로 쓰레기통에서 태그도 뜯지 않은 옷이나, 신발, 가방을 건진 적도 많다고 합니다. 또 값비싼 명품이나 개봉되지 않은 아이폰을 찾은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통에서 건진 명품들은 기부하거나 판매하는데, 사람들이 그게 쓰레기통에서 찾아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에는, 의외로 쓸만한 게 많습니다. 심지어 음식도 그렇다고 이야기하죠. 그래서 어떤 사람은 먹을 수 있는데 버려진 음식물을 쓰레기통에서 찾아내서, 식사를 해결합니다. 그런 사람을 ‘프리건’이라고 부릅니다. 또 어떤 사람은 마틴처럼 쓰레기통에서 쓸만한 물건을 찾아냅니다. 그런 행위를 가리켜 ‘덤스터 다이빙’이라고 부르는데, 미국의 어떤 부부는 이것으로만 월평균 4백만 원을 번다고 합니다.
  자! 지금까지 외국의 쓰레기통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살펴보았는데, 이것이 과연 그저 외국만의 일일까요?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쓰레기를 모아놓은 곳을 보면, 의외로 쓸만한 게 많기 때문입니다.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집에 놓인 쓰레기통을 찬찬히 보십시오. 버릴 때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쓸만한 물건이 많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서랍장 깊숙한 곳에, 방구석에, 또 창고에, 충분히 쓰일 만한데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방치된 물건도 꽤 보일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꾸만 부족하다고 이야기하죠.
  집에만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의 사회도 그렇습니다. 저의 SNS로 적잖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살기 싫은 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업도 망하고 가정도 망하고 친구도 떠나고 자기 인생이 더 이상 가치가 없어서 ‘쓰레기 같은 인생’ 정리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죠. “세상에 쓰레기 같은 인생은 없습니다. 쓰레기처럼 보이는 것도 다시 보면 다른 활용이 가능한 것처럼, 당신의 인생도 다시 생각해보면 충분히 의미 있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힘내고 버티셔서 당신 같은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십시오.”
  물론 자기 스스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안산신문은 지난 34주년 동안, 우리 지역사회 안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을 밝히는 역할을 했습니다. 바라기는 지난 잘한 일에 취하지 않고, 더 발 빠르게 움직여서 ‘알고 보면 쓸만한 인생’을 안내하는 귀한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사회는 알고 보면 아름답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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