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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
  • 안산신문
  • 승인 2023.06.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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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지난 밤의 천둥번개는 심장이 쫄깃하도록 거세고 요란스러웠다. 얼마전 양양바닷가에서 벼락을 맞아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한지라 더 걱정이 되었다. 새벽에 찬란한 태양을 바라보니 불과 몇 시간전의 폭풍우가 거짓말 같았다. 
  이 아파트로 이사온 지 딱 1년이 되었다. 이제야 조금 적응이 되는데,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내는 화재 경보기이다. 
 새벽 2시에 화제경보기가 “화재가 났습니다.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엥하고 소리가 난다. 자다가 깜짝 놀라 거실로 나와 바깥 상황을 살핀다. 진짜 불이 났으면, 소방차가 오고 사람들 대피하는 소리 등 소란이 일어날 것인데 창밖으로 보는 외부상황은 고요하다. 잠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대피를 해야하나 망설이고 있으면 다시 한번 화제경보가 울린다. 이제는 가족 중 한 명이 옷을 갈아 입고 1층 까지 가서 상황을 제대로 살피러 나간다. 엘리베이터도 순조롭게 오고 복도도 조용하다. 아파트 전체를 둘러 보아도 불켜진 집은 많아도 별일이 없어 보인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까 내려갈 때 멈춰진 1층에서 순조롭게 다시타고 15층 까지 올라 온다.  이번에는 관리실 마이크가 방송을 한다. 놀랄 만큼 큰 목소리다. 몇 동에서 오작동 되었으니 안심하고 자도 된다고 길게 설명을 두 번이나 한다. 해명을 듣는데 짜증이 난다. 도로 들어가 자려고 하면 다시 관리실 방송이 나온다. 이 소동은 새벽에 30분 정도가 지나야 마무리 된다. 아파트 주민 전체가 잠을 설치는 밤이다.
 이 화재경보기는 낮이고 밤이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처음에는 가슴이 뛰고 두렵고 놀랐으나 자꾸 반복되다보니 이젠 1층으로 내려 가는 일은 안 한다. 그저 거실로 나와 관리실  안내 방송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그 방송을 듣고야 일상생활을 한다. 
 며칠전에는 엘리베이터 벽에 화재경보기에 대한 해명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적어 놓았다. 주방에서 냄비를 태우거나 담뱃불 등으로  화재경보기가 울렸으니 진짜 화재시에도 작동이 잘 될 거라고 했다. 아파트 주민을 놀라게 한 이유를 보면서  앞으로도 우리는 자주 경보음에 시달릴듯하다. 그러다 진짜 화재가 났을 때는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사오년전부터 자주 응급실에 실려가곤 했었다. 아버님은 한밤중에 119구조대를 요청하셔서 응급실로에 모시고 오셨다.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새벽이 되면 자식들에게 전화를 하신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걸려 오는 부모님 전화는 항상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한밤중에  응급상황이 와서 병원으로 모셔야 아버님은 더 힘드셨다. 우리는 자주 응급실로 가는 어머니로 인해 항상 불안하였다.  
  마지막 서너달은 일주일에 한번꼴로 임종을 뵈러 갔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부르면 2시간거리를 달려갔다. 남편인 큰아들이 오면 어머니는 한고비를 넘기고 우린 되돌아왔다. 결국 임종은 하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의 길로 가고 있다.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다. 그것에 대한 대비가 고작 건강하게 살다가 자는 듯이 죽게 해달라는 기도뿐이다.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는 길은 기도만으로 안된다. 나의 머지막이 대비가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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