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몰 그림 · 사라 스튜어트 글 / 시공주니어)

 나이가 들수록 꽃 사진을 많이 찍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따뜻한 계절이 돌아오면 제 휴대폰 사진첩에는 꽃들로 가득 찹니다. 길을 걷다가 눈으로만 담아 가기에는 아까워서 사진이라도 찍어보는 것이죠. 정말 나이가 들면서 꽃을 더 좋아하게 되는 걸까요? 리디아는 어리지만 꽃을 아주 사랑하고 아낍니다. 편지글 형식으로 쓰여진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은 꽃향기가 가득한 작품이에요. 

 “저녁을 다 먹고 나서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우리 집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제가 외삼촌네서 살면 어떻겠느냐고 하셨다면서요? 할머니에게 들으셨어요? 아빠가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이제는 아무도 엄마에게 옷을 지어 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걸요.” 

 1930년 중반, 미국은 경제대공황이었습니다. 리디아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외삼촌네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지요. 기차를 타고 도착한 역의 풍경은 작은 리디아를 더 작아보이게 만듭니다. 삭막하고 공허한 역 안을 바라보는 리디아가 마치 미국의 상황을 상징하는 것만 같아요. 하지만 리디아는 외삼촌의 동네를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드립니다.   

 “가슴이 너무 떨립니다! 이 동네에는 집집마다 창 밖에 화분이 있어요. 마치 화분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이제 봄이 오기만 기다릴 거예요.”

 빵집을 운영하는 외삼촌 집에서 리디아는 꽃을 가꾸면서 잘 웃지 않는 외삼촌을 웃게 만들어줄만한 작전을 세워요. 과연 그 작전이 성공할까요? <리디아의 정원>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기 좋은 책입니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감동을 받기에 충분하지요. 단, 이 책을 볼 때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그림을 주목해서 봐한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 보다 글을 위주로 읽기 때문에 정작 봐야할 그림들을 놓치기도 합니다. 그림을 찬찬히 볼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 어른들은 그림 작가가 정성껏 그려놓은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기도 해요. 
 
 <리디아의 정원>은 그림을 위주로 보다보면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재미난 부분들을 곳곳에서 찾아보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꽃을 잘 가꾸는 리디아에게 꽃 한 송이를 받고 향기를 맡으며 걸어가는 부랑자를 발견할지도 몰라요.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모릅니다. 여러 번 보다보니 그림이 더 잘 보이고, 작품 속에서 유추해볼 재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외삼촌이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셨어요. 아빠가 취직을 하셨다는 소식이 담긴 편지였어요. 저,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1936년 7월 11일 모두에게 사람을 담아서, 그리고 곧 만날 날을 기다리며, 리디아 그레이스.”

 마지막 장면은 처음 리디아가 외삼촌 동네로 와서 어안이 벙벙했던 모습과 대조되어요. 절망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삶을 희망의 빛깔로 바꿔준 꼬마 원예사 리디아를 꽉 안아주는 짐 외삼촌. 그들의 사랑이 느껴져요. <리디아의 정원>을 본 후,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기쁨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김아름<혜윰서평단.희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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