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6월은 호국보훈의달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기리고, 국민의 호국 · 보훈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이다. 우리는 그분들로 인해 지금 평화와 안전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추모해야 함은 당연지사이다.
해마다 현충일 무렵이 되면 국립묘지를 찾는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묘비명을 보면 가슴이 절로 뜨거워진다. 콧날이 시큰해진다. 이곳에 묻힌 전사자들은 누구였을까?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눈물겨운 아들, 한 가정을 이끌던 아버지 그리고 듬직한 남편이었을 것이다. 묘비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현충일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희한하기 그지없는 발표를 했다. 민주당의 총선을 책임질 혁신위원장에 ‘이래경’이라는 인물을 임명했다.
이래경? 자신이 설립한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으로 있는 사람이다. 그는 천안함 자폭, 전쟁 미치광이 푸틴 옹호, 코로나 미국 기원설로 국민을 끊임없이 놀라게 만든 인물이다. 여론은 용암처럼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부글부글 타올랐을까. 결국, 그는 걷잡을 수 없는 논란을 견디지 못하고 9시간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히고 물러났다. 사퇴 뒤에도 사과는커녕 계속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내놨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은 인물이다.
민주당 대표는 왜 이런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남는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라는 회피성 대답을 했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며칠 후 그는 이 사태에 무한책임을 진다고까지 했다. 무한책임? 말은 그렇게 해놓고 책임에 대해서는 계속 침묵이다. 정치판에서 ‘무한책임은 곧 침묵이다.’라는 등식이 횡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와중에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이래경에 대해 “살아온 삶이 깨끗하고 진보 진영의 아주 귀한 자산.”이라고 옹호했다. 이쯤 되면 그는 거짓말의 대가이다. 참담하기 그지없는 발언이다. 당 대표는 부정부패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정신없고, 송영길 전 당 대표는 부르지도 않은 검찰에 미리 나가 1인 시위 쇼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부대변인의 막말은 불에 기름을 쏟아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이래경을 해촉하라고 주장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향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거냐?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낯짝이란 말은 수석대변인 자신의 얼굴일 것이다. 그의 말은 부메랑으로 되돌아갔다.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에게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시위를 떠난 화살이었다. 현충일을 무척이나 부끄럽게 만든 사람들이었다.
이번 현충일에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6 ‧ 25전쟁에서 전사한 김봉학 육군 일병의 유해를 안장하는 ‘호국의 형제’ 안장식이 있었다. 고인은 1951년 9월 강원도 양구군 ‘피의 능선’ 전투에서 전사했다. 지난 2011년 유해를 발굴, 유가족 DNA 검사를 통해 올 2월 신원이 확인됐다. 특히, 고인은 1950년 12월 38도선 일대를 방어하는 춘천 부근 전투에서 전사한 동생 김성학 육군 일병 묘역에 합동 안장됐다. 이로써 두 형제가 6 · 25전쟁에 참전한 지 73년 만에 유해로 상봉, 현충원에는 세 번째 ‘호국의 형제’ 묘역이 조성됐다. 전쟁의 아픔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일깨워준 안장식이었다.
대통령은 베트남전 및 대간첩 작전 전사자 묘역까지 방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다.
대통령의 격려에 유족들은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오네요.”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 짧은 말에 얼마나 많은 한이 담겨 있을까? 하고 싶었던 그 많은 말을 짧은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유족들의 말에 가슴이 저며온다.
이런 가슴 아픈 현충일에 그들은 왜 그런 인물을 임명했을까? 이래저래 올 현충일은 정치인이 아닌 꾼들의 막말로 부끄러운 현충일이 되고 말았다.
국가보훈처가 62년 만에 국가보훈부로 승격되었다. 전 정권의 어리석은 정치이념에 흔들렸던 과오를 벗어던지고 온 국민이 바라는 보훈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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