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시민단체의 해괴한 씀씀이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기막힌 일이 그동안 벌어지고 있었다. 자기 돈으로 쓰면야 무슨 일을 해도 상관치 않지만, 국민이 허리띠 졸라매며 낸 세금이다. 시민단체들의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시민단체는 시민의 권익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다. 정부 기관의 간섭이나 압력을 받지 않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단체이다. 정치, 환경, 경제, 교육, 복지, 여성이나 청소년 관련 단체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나라의 처음 시민단체 활동은 반독재 정치투쟁의 성격이 강했다. 1970년대의 유신체제 반대 운동과 신군부의 독재정치에 항거하며 민주화의 열망으로 시민운동을 전개하였다.
신군부의 독재정치가 끝난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시민단체 활동이 정치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 복지 등 다양하게 전개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게 되었다. 돈에는 항상 구린 냄새가 함께한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관변단체나 어용단체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권에서나 시민단체의 부조리는 있었다. 그러나 지난 문 정권 때처럼 심한 적은 없었다. 시민단체와의 공생관계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많은 지적에도 문 정권은 꿈쩍하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간부들은 아예 대놓고 정치인 흉내를 내고, 정당들도 시민단체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물색했다. 문 정권 출범 후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와 내각에 굴비 두름처럼 들어갔다. 정부 부처의 장 ‧ 차관은 물론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급에도 시민단체 운동가 출신들이 포진하면서 시민단체가 공직 진출의 등용문이 되고 말았다. 정권 코드에 부합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막말도 기가 막히고 부작용도 속출했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가 오히려 권력의 하수인이 된 격이 되고 말았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도 마찬가지였다. 고위 공직자의 여성 성희롱 사건에도 여성단체는 입을 꾹 다물었다. 환경단체, 참여연대도 도긴개긴이었다.
지난 6월 4일, 정부가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사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3년간 정부가 지원한 시민단체 보조금은 약 6조8000억 원에 달하고, 수혜단체는 1만2000여 개에 이른다는 발표였다. 그중 1865건 약 314억 원의 부정 및 비리를 적발, 수사 의뢰 또는 감사원 감사 등의 조치를 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시민단체가 있었다니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단체가 너무 많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지난해, 안산에도 청년회로 둔갑한 시민단체가 2018년 다른 단체들과 사업비 2000만 원을 받은 뒤 ‘미래세대 치유회복 사업’이란 명목으로 김정은 신년사 주제로 세미나까지 개최했다. ‘평양 갈래?’라는 현수막을 시내 곳곳 25곳에 설치하기도 했다. 북한과 관련된 교육 강좌를 여는 데 집중적으로 사용, 시민단체를 가장한 기생충 단체였다. 세월호 피해 지원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엄청난 규모의 부정과 비리가 산재하고 있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시민단체로 위장한 기생충 단체가 많아도 너무나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런 기생충 어용 시민단체는 발을 붙일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받은 보조금을 몇백 배로 환수하고 다시는 시민단체에 얼씬 못하도록 무거운 형벌에 처해야 한다. 국민이 낸 혈세이기 때문이다. 꼼꼼히 챙기지 못한 견제장치 없는 정부의 잘못도 더 크다.
현 정부가 국고보조금 지원 시민단체에 대한 점검을 통해 비리를 적발해 내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릿발 같은 점검을 해야 한다. 모든 시민단체가 정치권에 기생하여 국민의 혈세를 축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민단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단체가 훨씬 많다. 고마움의 박수를 받아야 할 시민단체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시민단체의 정치권과의 연계를 차단하고 진정한 공익활동에 국민의 혈세를 제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편향된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을 버리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 길만이 시민단체가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다. 현 정부의 고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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