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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나는 정치
  • 안산신문
  • 승인 2023.06.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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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도심 곳곳에 걸려있는 불법 현수막은 거의 정치인의 구호가 걸려있다. 일반광고물들은 지정 거치대에 비용을 지불하고 현수막을 건다. 지정 게시대에 걸려있는 현수막의 내용은 행사나 가게를 홍보하는 문구라서 튀지도 거슬리지도 않는다. 아무 곳에나 걸려있는 정치인의 현수막 문구는 육두문자가 주먹질하듯 걸려있어 당혹스럽고 불편하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해양 방류가 확실시되자, 국산 천일염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가격이 2배가량 뛰었을 뿐 아니라 창고에 대한 물량도 바닥이 났다고 한다. 정부는 소금 사재기로 인해 그리되었다며 강력한 단속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 불안한 심리를 모르는 처사다. 소금은 썩지 않으므로 해양 방류가 되기 전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소금을 미리 사두어 손해볼 것 없다는 생각이다.
 나도 주부인지라 소금 걱정이 되었다. 재빠르게 소금 한 자루도 사 두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은 소금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이야기 주제가 되었다. 가을 김장을 절임 배추도 사지 못한다고 한다. 어떤 소금을 쓸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소금으로 만드는 것은 모두 믿을 수 없으니 모두 직접 만들어 먹을 심산들이다. 그건 과잉 방어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 방류가 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안전하다고 한다. 그리고 해양 방류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과학자들과 시민단체, 야당들의 주장을 괴담이라고 일축한다. 국민의 소금 사재기 열풍은 야당의 선동과 괴담 탓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정말 믿고 싶다.
 조선시대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정조의 총애를 받았으나, 천주교인으로 박해받아 곡산부사로 발령받아 떠났다. 곡산은 전체 면적의 60% 이상이 산악지형으로 민생은 피폐하고 탐관오리의 토색질로 악명 높던 곳이었다. 지방의 목민관으로 부임한 다산의 눈길은 온전히 백성의 삶을 향했다. 신임 부사의 행차가 이제 막 곡산 경계로 접어들자 덥수룩한 백성 하나가 불쑥 앞길을 막아섰다.
 “이계심이라 합니다.”
 앞선 원님 때 아전이 농간을 부려 200냥을 거둘 일에 900냥을 착취한 일이 있었다. 이계심을 앞세운 1천 명의 백성들이 관으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했다. 태도가 불량하다 하여 매질을 하려 하니, 백성들이 이계심을 빙 둘러 에워쌌다. 이러지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관노들이 백성들을 마구 두들겨 팰 때, 이계심은 백성들과 흩어져 도망했다. 이계심의 소문이 전국에 퍼졌다.
 다산이 곡산으로 떠나며 하직 인사를 하자, 채제공을 비롯한 대신들이 모두 이계심의 일을 말하며 주동자 몇 놈을 쳐 죽여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바로 그 당사자가 새로 부임하는 부사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따라오너라.”
 아전이 그를 결박하려 하자 다산이 제지했다. 관청에 오른 다산이 이계심을 앞으로 나오게 했다. 이계심은 백성을 괴롭히는 12조 항의 글을 올리고 자수한다. 다산은 글을 읽고 무죄를 선언했다. 관장에게 대들고, 무리 지어 소요를 일으킨 뒤 달아나기까지 한 수배자를 새로 부임한 부사가 그날로 무죄 방면했다. 이 소문은 즉각 곡산 고을 전체에 쫙 퍼졌다. 백성들이 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다고 한다.
 국민이 기뻐하고 안심하는 정치, 그런 정치인이 있는 나라에 살고 싶다. 이 불확실한 시대에 너무 과한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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