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완연 초여름이다.
즐겨 먹는 참외 값이 많이 내렸다. 여름 과일의 대표인 참외는 칼륨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갈증과 열을 없애주고,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참외는 성주 참외가 으뜸이다. 참외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성주는 참외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굳이 자랑을 더 하자면, 친환경 농업으로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에게 더욱 신선하고 달콤한 맛으로 다가가고 있다.
지난 23일 성주군은 참외를 대만으로 첫 수출을 했다. 이미 성주 참외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8개국에 수출, 또한 호주와 태국과도 수출을 위해 협상 중이라고 한다. 자랑스러운 참외이다. 이런 참외를 맛있게 먹다가 불현듯 전자파의 오명을 뒤집어씌운 개똥참외보다 못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성주 사드 기지의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사드의 전자파는 측정 최대값이 인체보호기준의 530분의 1 수준에 그쳐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발표이다. 성주 참외가 ‘전자파 참외’라는 오명을 벗게 되었다. 실로 6년 만에 나온 환경영향평가 결과이다. 기가 막힌 일이다. 성주 참외가 홧김에 벌떡벌떡 일어설 일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성주에 사드 배치가 결정됐을 때 성주는 괴담으로 쑥밭이 되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득달같이 성주로 몰려들었다. 민주당을 추종하는 시민단체와 연예인들도 집시처럼 따라붙었다. 하이에나 집단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의원들과 추종자들은 대중가요를 개사해 사드 배치 반대 노래를 춤추며 불렀다. 국민가수 인순이의 노래 ‘밤이면 밤마다’를 개사해 수없이 불러댔다.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
뽀글이 가발까지 쓰고 탬버린까지 흔들며 불러대는 괴담송은 정말 가관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표창원과 손혜원이었다. 술에 취해 한창 흥 오른 노래방을 방불케 했다. 공영방송도 그들을 거들었다. 이재명 대표도 2017년 성남시장 당시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던 사람이다.
괴담은 성주의 명물인 참외에까지 인정사정이 없었다. 사드 전자파가 참외를 썩게 하고 전자레인지 참외, 전자파 튀김 참외라는 괴담까지 퍼뜨렸다. 그해 성주 참외 매출은 3백억 원 넘게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다. 개똥참외보다 못한 사람들의 괴담으로 성주 참외는 그야말로 죽을 쑤어야 했다. 그 와중에서도 농부들의 피땀은 괴담대로 되지 않았다. 국민의 입맛은 정직했다.
지난 시절 생각하면 희한하게도 우리나라의 괴담은 끝이 없다. 광우병 괴담, 4대강 괴담, 세월호 괴담, 천안함 괴담, 원전 괴담 등 끝이 없다. 괴담은 공부하지 않는 사람, 과학을 믿지 않고 자신만이 최고라고 황당하게 믿는 사람들의 전유물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을 제일 많이 보는 곳이 국회이다. 말문이 막히면 갑자기 소리를 질러대는 의원, 가짜뉴스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사람, 엉뚱한 말을 하는 사람, 안하무인 격 발언을 일삼는 사람 등. 이런 사람들이 괴담에 야합하는 전형적인 군상이다. 국회에 바글바글 모여있다. 그러니 느닷없이 이모(李某)가 아닌 이모(姨母)가 나오고, 엉뚱한 3M이 나오고 국민은 부화만 치솟게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일본의 오염수 괴담을 퍼뜨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토론을 해서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러면 국민은 그를 따르고 존경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괴담을 또 퍼뜨리면 국민은 등을 돌린다. 어디 한두 번이랴? 정말로 각성해야 한다.
6년 동안 성주 참외를 나락으로 빠뜨린 사람들, 성주 군민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절을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직도 민주당 의원들은 사드 전자파 결과를 믿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때 전자파 괴담에 앞장서 신나게 춤까지 추며 놀던 추악한 국회의원들, 성주 참외를 먹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전자파에 구워진 참외, 절대 안 먹겠지?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 ‘뇌 송송 구멍 탁!’이라며 선동에 앞장섰던 사람들, 절대 쇠고기 먹지 않겠지?
욕이 목구멍까지 오르는 걸 꾹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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