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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기고]오리 가족 속 그림자 아기들을 보다
  • 안산신문
  • 승인 2023.07.1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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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국민의힘 상록갑 당협위원장>

화랑유원지를 산책하곤 한다. 호숫가 주변의 싱싱한 초록을 자랑하는 나무들의 모습이 정겹다. 수면에 비친 나무들의 그림자까지 아름답다.
수면을 가르며 노니는 오리 가족이 한가롭다. 어미 꽁무니를 쫄쫄 따라다니는 새끼들의 모습이 앙증맞다. 평화롭기 그지없다. 난데없이 작은 돌멩이가 오리 가족 주변에 떨어졌다. 어미 오리의 불안 가득한 소리가 터지고, 우왕좌왕 새끼들의 어미 날개 속으로 파고드는 모습에 주위를 휘 둘러본다. 돌멩이를 던진 사람은 사라졌는지 인기척도 없다.
오리 가족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 새근새근 잠자는 아기의 숨소리 같기도 하고 숨넘어가는 듯한 소리도 섞여 들려오는 듯했다.
하늘 아래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대한 정기 감사를 진행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병원에서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무려 2236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적발되었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약 1%인 20여 명을 추려 영유아가 무사한지를 확인했다. 최소 3명 사망, 1명 유기 확인….
이웃 수원시 주부의 경우, 두 번의 출산 후 신생아를 살해한 뒤 냉동실에 시신을 보관해오다 지난 23일 구속됐다. 지난해 출산한 신생아는 다행히 베이비박스 운영 단체에 맡겨 안전하게 크고 있다고 한다.
이웃 화성시 20대 친모의 경우, 병원에서 아기를 낳고 한 달도 안 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터넷에 아기를 데려가 달라는 글을 올렸고, 서울의 한 카페에서 아기를 건넸다고 한다.
1%의 조사 속에서도 이런 엄청난 비극이 드러나는데 전수 조사 시, 얼마나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질까?
염려했던 일들은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 영유아 유기 사건이 이틀이 멀지 않고 뉴스를 통해 나왔다. 이미 이러한 끔찍한 일은 전국에서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온 전신으로 소름이 돋고 숨이 막혀온다. 국회가 당리당략에만 싸우며 손을 놓은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법적 기록이 없는 이른바 ‘그림자 아기’ 브로커가 박쥐처럼 은밀하게 활동을 하며 유기된 영유아들을 입양 가정에 팔아넘기고 있었다.
입양기관을 통하지 않고 입양을 알선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런 약한 법은 있으나 마나 한 법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출산율 세계 최하위이다.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될 것이란 충격적인 전망까지 나왔었다. 아동 해외 입양은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서는 별도 출생신고 없이 병원에서 출산과 동시에 자동으로 등록이 된다. 이른바 ‘출생통보제’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문 정권 시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받고 나서야 출생통보제 도입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법안은 폐기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출생통보제 법안이 지난 28일 국회 첫 문턱을 넘고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정부는 출생통보제가 즉시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미래다. 특히 그림자 아기에 대해 정부와 모든 기관이 일심동체가 되어 눈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아이들의 한 생명이 후에 이 나라를 지키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오리 가족이 다시 물살을 가르며 평화롭게 노닌다.

유엔아동권리협약 한 부분이 떠오른다.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 돼야 하며, 출생 시부터 이름을 갖고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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