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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일상
  • 안산신문
  • 승인 2023.07.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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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손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손 편지도 드물거니와 편지 봉투에 붙어 있는 우표도 더 반가웠다. 몇 년 만에 답장이 왔다. 문학회에서 하는 ‘손 편지 쓰기’에 동참한 지 3년 만이다. 나의 손 편지를 받는 대상은 해마다 바뀌는데, 올해는 87세의 어르신이다. 매달 한 통의 편지를 받고 고마워서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정성스레 꾹꾹 눌러 써서 답장을 보내왔다.
 2022년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쏘아 올린 차세대 소형위성이 궤도에 안착해 지상과 정상 신호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 그 성공을 기념해 지난겨울에 기념 우표를 제작했다. 나도 못 구한 그 귀한 우표를 어르신은 어디서 구했는지 내게 보낸 답장에 떡 하니 부쳐서 보냈다.
우주에서도 교신이 가능한 시대에 그것을 기념하는 우표로 손 편지를 주고받는 일을 하고 있다. 편지는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너와 나의 소통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3 년째 답 없는 편지를 쓰다가 답을 받으니 너무나 기뻤다. 그의 이 작은 내용의 답장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힐링을 주는지. 그분은 나의 편지를 받고, 행복했고 또 그것을 기다렸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서로의 의사, 감정, 사고를 전달하는 것이며 언어, 문자나 제스처 등을 매개로 하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흔히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이라 하면 어떻게 자기 의사를 잘 전달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거나 잘 듣지 못하는 것, 즉 듣는 능력의 저하가 더 큰 문제라고 하겠다.
이청득심(以聽得心),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다른 의견을 잘못된 이야기라고 규정하는 순간 갈등과 언쟁은 심화할 뿐이다. 나의 목소리를 작게 하고 다른 이의 목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자. 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우리는 진정한 화합과 약속된 미래를 향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강미애 수필 <소통> 중에서

 어제는 지인의 초대로 안산에서 가까운 남양의 농막을 방문했다. 아침에 내리던 비는 낮이 되자 환하게 개여서 나들이하기에 좋았다. 때 이른 불볕더위와 기나긴 장마에 지친 일상을 벗어나 자연을 구경하였다. 지인의 동네는 외부에서 들어 온 사람들이 집을 짓고 아기자기하게 마당을 꾸며 놓은 집이 많았다. 지인의 집도 주변에서 얻은 꽃을 많이 심어서 마당이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불볕과 장맛비 속에서도 견뎌낸 백일홍, 백합꽃, 초롱꽃, 수국 등 온갖 꽃이 가늘고 여린 몸을 피어나고 있었다. 친구는 꽃에게 ‘예쁘다, 고맙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강인한 그 생명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집주인인 친구는 1주일에 한 번 농막을 방문하는데, 식물과도 무생물인 건물과도 날마다 대화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식물과 무생물이 대답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모습으로도 보여 준다고 한다.
 소통이란 나의 목소리를 작게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 일, 더구나 자연의 소리를 듣는 일은 더 귀한 행위이다. 대화라고 하면서 나의 이야기만 써온 편지가 상대방이 보내온 작은 신호가 큰 울림을 보내온 것처럼, 이제는 듣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자 한다.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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