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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에 잡히지 마세요
  • 안산신문
  • 승인 2023.07.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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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미국에 있는 한 대학교 연구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연구실에는 냉동고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냉동고는 20년 이상 연구된 세포 샘플과 시료 등 중요한 자료를 보관하는, 중요한 장비였죠. 그러다 보니 연구팀은 냉동고를 늘 영하 80도가 유지되도록 설정합니다. 그리고 만약 영하 78도에서 영하 82도 사이를 벗어나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정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냉동고 온도가 영하 78도를 넘으면서 경보음이 울립니다. 그러자 연구팀은 업체에 냉동고 수리를 요청하죠. 그런데 업체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수리 일정을 미뤄야 한다’는 답변이 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수리될 때까지 버티기로 합니다. 그래서 냉동고에 이런 안내문을 붙이죠. “경보음이 울려도 전원을 내리지 마세요. 당분간 여기를 청소하지 마세요.” 그리고 청소를 맡은 용역업체에도 ‘냉동고를 주의해달라’고 당부합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3일째가 된 어느 날 저녁, 한 청소부가 연구실을 청소하기 위해 들어갑니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경보음에, 청소부는 ‘냉동고를 어떻게 정상으로 돌려놓을까?’ 잠시 고민합니다. 물론 냉동고에 붙은 안내문을 봤지만, 그냥 읽는 둥 마는 둥 하죠. 그러다가 그는 큰 결심을 합니다. 냉동고와 연결된 전원 차단기를 내린 겁니다.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냉동고 온도가 영하 32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면서 급격히 올라간 냉동고 온도로 인해, 그 안에 보관되어있던 세포들이 모두 손상됩니다. 지난 20년의 연구 자료가 단 몇 시간 만에 날아가 버린 초대형 참사가 벌어진 것이었죠. 이에 화가 난 학교 당국은 청소 용역업체를 상대로, 약 1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자! 지금까지 살펴본 이 사건에서, 여러분은 누구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안내문을 제대로 안 본 청소부라고 보십니까? 부탁을 받고도 사람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은 청소 업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냉동고가 중요하다면서, 더 강력하게 조치하지 않은 연구팀이라고 보십니까? 과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저는 이 청소부, 청소 업체, 연구팀 모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핵심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죠.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이런 안일한 생각이 연구팀에게는 부실한 조치로, 청소 업체에는 부실한 교육으로, 청소부에게는 멋대로의 행동으로 나타난 겁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참사였죠.
  저는 이게 그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도 본능적으로 편안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적당히 하고는, ‘설마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스스로 안심하죠. 그러면 정말로 괜찮을까요? 아닙니다. ‘설마’에 붙잡혀 조금씩 조금씩 적당하게 하면, 어느 순간 우리가 원하는 안전이나 품질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혹시 ‘설마’를 부르짖으며, 오늘 하루를 잠깐씩 엔조이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기 전에, ‘설마’의 함정에서 나오십시오. 멀어지기 전에 원래 정해져있던 온전한 모습으로 들어가십시오. 그리하여 안전하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우리의 인생과 일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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