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한때는 교육대학 들어가기가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소위 수도권 지역의 교육대학은 서울의 스카이 대학과 맞먹는 수능 실력이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시골에 가면, 교육대학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한 명성이 지금은 퇴색할 대로 퇴색되어 초라하기 그지없다. 교사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실에서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은 교사, 폭행을 당해 119로 실려 간 교사, 근래에 있었던 일이다. 빙산의 일각일 뿐, 전수 조사하면 별의별 희한한 사건이 마구 터져 나올 것이다.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참고 견디기 때문이었다. 학부모의 갑질과 학생인권조례로 아무 힘도 못 쓰는 교사들이 사면초가 속에 갇혀있는 모습이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초반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것도 제자들에게 꿈을 키워주며 가르쳤던 교실에서이다. 교직계는 슬픔과 비탄 속에 잠겨버렸다. 그런데도 별의별 괴담이 다 돌아다니고 있다. 이 슬픔 속에서도 정치권은 서로 네 탓이라며 아웅다웅 다투고 있다. 괴담과 선동질로 게거품을 뿜어대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이 고인의 명복과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때뿐이다. 여권은 극단적 선택 책임을 진보 교육감들에게 돌리고 있다. 교사가 학생을 훈계조차 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만든 진보 교육감들에게 책임을 몰아세우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의 왜곡된 학생 인권 의식으로 교권이 붕괴되었다며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여기까지 오도록 여권은 무슨 일을 했는지 다 쓰잘머리 없는 말이다. 알았더라면 최선을 다해 막았어야 할 사람들이다. 일이 터진 다음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뒷북 타령에 불과할 뿐이다.
국회의원의 갑질로 인해 교사가 극단선택을 했다는 괴담이 흘러나왔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김어준은 이 괴담에 불을 질렀다. “초등학교 교사 극단선택 사건과 관련해 그 사안에 현직 정치인이 연루돼 있다.”라는 방송을 했다. 워낙 그런 사람이라 일말의 재고 가치도 없지만, 그런 괴담은 빠르게 눈덩이처럼 굴러가며 국민을 유혹하고 있다. 왜 교통방송이 기로에 섰는지 반성해도 모자랄 사람이다. 가만히 있어야 할 사람이 여전히 현 정권 흠집 내기에 사생결단을 내고 있다.
교사의 죽음 뒤에 여권 국회의원이 있다는 괴담 당사자로 지목된 국회의원은 펄펄 뛰었다. 맘카페에 최초 유포한 사람이 국회의원에게 찾아와 눈물로 사과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은 악의적인 의도와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인신공격을 통해 명예훼손을 한 자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끝까지 가길 바란다. 이제는 괴담과 선동을 유포시킨 자들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 무거운 형벌을 받게 해야 한다.
교육부 장관이 교사들과 만나 학교의 현실을 경청했다고 한다. “지나치게 강조된 학생 인권으로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었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사의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의 차별로 인식되어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졌다.”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장관은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들을 과감하게 걷어내겠다고 했지만,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상곤 씨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시했다. 선거에 당선, 교육감이 되자 인권조례를 발의했다. 2010년 9월 경기도의회를 통과하였다. 당시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거칠 것이 없었다. 교권은 제쳐둔 채 학생인권조례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당시는 민주당계 교육감들이 교육계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교사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편향된 학생 인권뿐이었다. 교사들은 점점 오그라들고 학교는 무너져가고 있었다. 이렇게 만든 사람이 나중엔 교육부장관까지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 제도를 개선하고, 학교와 사회의 교권 존중 문화가 확립되어야 한다, 학생 인권도 중요하지만, 교권이 무너진 교실에서 절대 학교가 바로 설 수 없다. 다시 교권이 일어서야 한다.
누더기는 버리든지 아니면 수선해서 입어야 한다. 교권을 무시한 학생인권조례가 그 격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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