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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인이다 
  • 안산신문
  • 승인 2023.08.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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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다산 정약용은 학문을 연구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늘 백성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백성의 편에서 살다 간 일생이었다. 정조 임금은 이런 정약용을 처음부터 무척 신뢰하고 아꼈다. 임금이 의논할 일이 있거나, 나라의 크고 작은 업무를 정약용에게 맡기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마무리 지었다. 천재인 그는 모든 일을 함에 있어 완벽하고 거침없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문장력이나 나무랄 데가 없었던 정약용은 시대에 앞선 천주교를 믿어 한평생 핍박을 면치 못했다. 유교가 국교인 시대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천주교의 원리는 세계관을 뒤집어엎는 교리라 임금이어도 감히 내놓고 허락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약용의 집안은 신문물을 깊이 받아들였다. 그의 형제 누나 매형 등 그의 많은 식구가 천주교의 사상을 신봉하였고, 그로 인해 그의 형과 가족들이 죽음을 면치 못했다. 정조도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약용만은 믿고 지켜주려 했으나 결국에는 곡산군수로 지방 발령했다.
 곡산에 부임한 정약용은 낡은 곡산 정당(공회당)의 벽체가 무너져 내려 수리를 해야 했다. 이때 다산은 정당의 설계 도면을 그려주며 그대로 작업을 진행하라고 일렀다. 그 도면은 건물의 세부 설계도면 뿐 아니라 소요되는 재목의 종류와 나무의 숫자까지도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군수가 정당을 이렇게 튼튼하고 완벽하게 잘 지으려고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다산이 말했다. “이 집은 너희가 주인이다. 너희 집을 너희가 짓는 것이니 직접 힘을 쏟아야 한다”라며 백성들에게 당부했다. 백성들은 그 말에 감격하여 서로 도와 짧은 시간 안에 번듯한 정당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또한 고을 지도 제작을 하여 읍성을 그리고 산과 시내, 마을의 가구 수대로 지붕을 표시하고 기와집에는 푸른색 칠, 초가집에는 노란색을 칠해서 마을의 경제 형편까지 눈에 보이게 여러 색으로 칠해 넣었다. 사람의 수뿐만이 아니라 가축의 수와 양민과 중인 등 신분까지도 표에 그려 넣어 세세하게 기록했다.
 정약용은 또한 많은 글과 책을 썼다. 그의 이런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는 일신의 영화보다는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저술하지 않았을까. 천주교인에 대한 핍박으로 그는 강진으로 귀양을 가게 된다. 인생의 반을 유배지에서 보내게 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연구하고 글을 쓰며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의 사상은 서양의 실용적인 학문에서 시작되었다지만, 그것은 조선의 상황에 맞추어 훌륭한 학문으로 발전시켰다.
 정약용이 말한 ‘너희가 주인이다.’를 해석해보면 바로 ‘내가 주인이다’를 뜻한다. 이 사회의 주인은 나다. 내가 없으면 가족도 나라도 신도 없다. 그가 말한 내가 주인인 세상! 내 삶이란 무대의 주인공은 나다. 나에 대해 누구도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얼마 전 안산에 사는 배우 한 분이 자살했다. 자신이 주인공인 무대를 더는 설 수 없게 되었다. 오늘을 사는 나는 끝까지 나의 무대에서 열연할 것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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