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유명 인사 특히 정치인들의 설화(舌禍)가 터질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나오는 말이 있다.
‘왜 사람의 귀가 두 개이고 입은 하나일까?’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경구이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본인이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면 정반대가 되어버린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정치판이다. 소위 완장을 차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격이 되어버린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자신만만하게 내어놓은 혁신위원회가 그 모양이 되고 말았다.
혁신위원장으로 처음 임명된 이래경은 ‘천안함 자폭’ 등 막말 논란이 불거지자 9시간여 만에 사퇴했다. 비난의 여론을 못 견디었기 때문이다. 기막힌 임명에다 요지경 사퇴를 보면서 국민은 정치에 또 냉소를 보내고 말았다. 정치판에서 가재는 게 편이란 말이 정설이지만 그런 사람을 뽑은 사람이나 닁큼 받아먹는 사람이나 도긴개긴 격이다.
사건 후에는 더 나아져야 하는데 이번에도 요지경 인물이 혁신위원장이 되었다. 혁신위원장이 되기 전, 문 정권 시 금융감독원 부원장에 임명되어 얼마 전 임기를 꼭꼭 채운 뒤 마쳤다. 그런 사람의 입에서 나온 뜬금없는 말이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시절,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친 게 치욕스럽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대통령이라는 직함까지 무시하는 무례를 저질렀다, 그렇게 치욕스러웠으면 정권 바뀌었을 시 스스로 사퇴했어야 했다. 연봉 3억 원씩이나 꼬박꼬박 받으며 임기를 마친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다. 그런 사람에게 우리의 혈세가 나갔다.
여론이 빗발치자 그는 고개를 숙이는 듯했다. “교수라서 철없이 지내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라는 변명이었다. 그는 교수이다.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최고의 지성에다 최고의 직장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이번에는 도저히 이해 못 할 말이 쏟아져 나왔다. 노인 비하성 발언으로 사면초가 신세가 되고 말았다. 노인 비하 발언으로 많은 정치인이 한순간에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을 텐데 역시 완장을 차면 눈에 보이는 게 없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가 한 말, 그것도 자신의 아들을 팔아 비하 발언을 했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1대1 표결해야 하는가?” 게다가 같은 당 양이원영은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쏟아부었다.
김 위원장은 뒤늦게 사과와 함께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버스는 이미 떠나갔다. 사과해야 할 때를 놓치고 말았다. 망신만 당하고 나왔다. 노인회장의 “이런 노인 폄하 발언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의 기초를 닦아준 노인세대에 대한 학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노인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한다면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 1위, 자살률 1위로 방치된 노인세대를 위해 복지정책을 제시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라는 훈수까지 받고 나왔다.
얼마나 한심했으면 국가원로회의까지 기자회견을 열었을까? 국가원로회의는 1991년 도덕 국가 건설을 목표로 전직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대학총장, 대장급 장성 등이 모여 만든 단체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오늘 이 시간까지 이끌어 온 어르신들의 마음을 마치 난도질하듯 찢어버리는 폭력이요, 지우지 못할 깊은 상처를 남길 심각한 모욕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게 더불어민주당을 위하는 일이고 자신을 위하는 일이다. 국민은 김 위원장의 연이은 망발에 아연실색하며 이렇게 무례하고 몰염치한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선택한 민주당 대표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이제 불볕더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에게 청량제 구실을 못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쉽사리 한풀 꺾이는 더위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들은 말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에게서 여러 가지 의견을 듣는 것을 잘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라는 경구가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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