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어느 경기든 간에 행복한 스포츠가 되려면, 꼭 필요한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우선 실제로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또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장소나 장비 같은 ‘시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여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 들어가야, 진짜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바로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워 주는 행위인 “응원”입니다.
  특히 프로스포츠가 발달하면서부터, ‘응원’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응원은 스포츠 자체를 즐겁게 만드는 문화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지 않는 일반인에게, 응원은 그 팀이나 선수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드컵에 출전한 한 대표팀의 응원단은 경기가 끝난 뒤에 자기들이 응원했던 자리를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이 미담이 알려지면서, 이 대표팀은 경기에 지고도 ‘멋진 팀’이라는 대외적인 찬사를 받습니다. 반면에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그리스 축구클럽의 팬들과 크로아티아 축구클럽의 팬들 수백 명이 충돌하여서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때 정작 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두 팀에 대한 징계가 심각하게 논의되었습니다.
  이 후자처럼 스포츠 정신을 잊어버리고 난동을 피우는 극성팬을 가리켜서 ‘훌리건’이라 부릅니다. 이 훌리건의 특징은 간단합니다. 응원하는 팀이 지면 화가 나서 난동을 피우고,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신나니까 상대 팀 팬들을 조롱하며 싸웁니다. 이러한 훌리건을 바라보는 스포츠계의 입장도 분명합니다. 일단 스포츠계에 돈을 갖다주는 존재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응원하는 팀으로서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깎아 먹는 암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스포츠계에서는 훌리건을 막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훌리건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모두가, 심지어 응원하는 팀에서도 ‘훌리건은 허용될 수 없다’고 외치는데, 그들은 왜 훌리건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요? 저는 그 키워드가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팬은 당연히, 내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팬은 ‘우리 팀의 승리’만큼, 상대편에 대한 존중도 지키려고 합니다. 그래야 우리 팀도 존중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훌리건은 그저 ‘우리 팀의 승리’라는 결과에만 집착합니다. 그 결과 내가 응원하는 팀도 존중받지 못합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TV에서 우리 사회를 가리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부인하고 싶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그저 ‘나의 승리’라는 결과만 바라보는 무한 경쟁의 세상이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잃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행복해졌을까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행복해지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존중입니다. 인생이라는 스포츠에서, 훌리건이 아니라 팬이 되는 겁니다. 물론 급변하는 세상에서, 이상적인 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합니다. 이제 다시 서로에 대한 존중을 회복할 때입니다. 멀리 찾기 전에, 먼저 가족, 동료 등 가까운 사람에게 작은 섬김으로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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