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강릉으로 향했다. 철 지난 바닷가, 횟집은 한산했다. 말은 안 해도 주인의 얼굴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때문이라는 것으로 가득했다. 회 한 접시를 시켜 먹고 나오는 길 발걸음이 무거웠다. 가슴까지 무거웠다.
시름 가득한 횟집 주인의 얼굴.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국민의 혈세만 또박또박 받아먹는 정치인들 탓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야가 함께하지 못하기 때문, 그 결과 국민만 특히 어민들의 시름이 나락으로까지 떨어졌다.
예정대로 일본은 원전 오염수를 방류했다. 후쿠시마 방류수는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우리 해역에 도달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동조하는 단체들은 방류하면 바로 우리 바다에 영향이 오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앞으로 총선은 7개월 남짓, 야당에겐 더없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 이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보다 더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서라도 총선 승리의 길로 내달릴 것이다. 이미 그들은 괴담과 가짜 뉴스의 달콤한 맛을 다 겪었다. 아직도 괴담과 가짜 뉴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괴담과 가짜 뉴스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정치인만 누리는 특권인 것 같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괴담이 그랬고 성주 사드 배치 괴담이 그랬다. 연예인마저 애국자라도 된듯한 위선의 탈을 쓰고 난리를 쳤다. 공영방송도 괴담 추종자들을 거들며 부추겼다. 수입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한 얼간이도 있었다. 성주 참외까지 전자파에 튀겨진다며 선동에 앞장선 국회의원도 많았다. 뽀글이 가발까지 쓰고 탬버린까지 흔들며 불러대는 괴담송은 정말 가관이었다, 술에 취해 한창 흥 오른 노래방을 방불케 했다. 세월이 흘렀다. 괴담으로 판명 났지만,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촛불시위, 사드 배치 반대,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에 앞장섰던 단체들이 또다시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입은 나날이 거칠어지고 있다.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투기는 인류에 대한 범죄이고 제2의 태평양 전쟁이다. 윤석열 정권은 일본의 환경 범죄를 방조한 공동정범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팔 걷어붙였다.
반대 집회가 나날이 거세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여당은 “오염수 괴담 선동으로 수산업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다.”라며 이 대표 단 한 사람을 위한 무서운 정치쇼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가슴에 와 닿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산 식품의 수입규제 철폐안에 동의를 했다. 유럽연합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반대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 몇 나라에 불과하다. 이런 국제적인 뉴스조차 씨알이 먹히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방류로 우리 국민이 섭취하는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주장은 과장 정도가 아니라 날조와 다름없다고까지 강조하고 있다. 그래도 일본과 근접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당은 원전 오염수 문제를 과학으로만 대응해서는 안 된다. 과학과 함께 국민을 안심시킬 지속적인 대책으로 꾸준하게 홍보를 해야 한다. 해당 장관과 정치인들이 횟집에서 회를 먹고 있는 장면으로는 어림도 없다. 여당에겐 꾸준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모든 수산물을 수입 금지했다. 전국 해역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검사하고, 수산물 생산 단계에 있는 위판장과 양식장에서 2차 검사를, 시장 마트 등에서는 식약처가 3차 검사를 한다. 학교에서의 급식도 방사능 검사로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가장 가슴이 무너지는 국민은 바다만 보고 살아온 어민이다.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가 호소문까지 냈다.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오염수 방류를 정치에 활용하는 정치인, 언론이며 우리 바다는 안전하다.”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정치가 후진국인 가슴 아픈 현실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집회는 언제 사그라들지 모른다. 민주당은 오염수 공포와 반일 감정을 조장해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장외 투쟁에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쨌거나 온 국민이 냉철한 이성을 찾아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이다.
‘기쁨을 함께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함께 나누면 절반으로 줄어든다.’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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