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오늘은 한 소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철도 공무원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퇴직한,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사람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옵니다. 심장병으로 인해, 얼마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겁니다.
  죽음이 두려웠던 주인공은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기로 결심합니다.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던 주인공은 직접 자서전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자서전은 목수이던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놀던 추억에서 시작합니다. 아버지 옆에서 나무와 함께 놀던 꼬마는 쪼개지는 판자 소리, 돌 깨는 소리, 대장간의 망치 소리와 함께 평범하게 자랍니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주인공은 철도 공무원이 되고, 가정을 이룹니다. 그때부터 주인공은 단 한 번의 일탈도 없이 자신의 인생과 가정을 위해 살았다는, ‘단순하지만 행복한 삶’으로 자서전을 결론 맺는 단계에 옵니다. 이때까지도 주인공은 ‘나는 평범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서전을 마무리하려는 순간, 주인공의 마음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진짜 온전한 진실이라고?” 그때부터 그는 지금까지 썼던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새롭게 쓰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그의 자서전은 좌충우돌의 이야기로 가득해집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에피소드들, 애써 무시했던 크고 작은 일탈들이 새로운 의미를 얻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내면에 숨겨져 있던 자아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내가 알고 있던 평범한 모습, 성공을 위해 억척스럽게 매달렸던 모습, 소심하고 우울했던 겁쟁이, 시인, 영웅, 낭만주의자, 거지, 그리고 일탈을 꿈꾸던 은밀한 모습! 이렇게 보니 주인공 안에 최소한 8개의 자아가 있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자아가 나타나, 그 순간을 주도하며 인생을 만들었음을 주인공이 깨달으면서, 소설이 끝납니다.
  체코의 ‘카렐 차페크’가 1934년에 내놓은 소설 <평범한 인생>! 차페크는 이 소설을 통해,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면에서 바라보고, 그 인생에 담긴 여러 모습을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폭넓게 이해하기 시작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평화로울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차페크의 메시지에 동감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갈등이 많은 이유도 결국 서로를 폭넓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간에 생기는 갈등도, 상대방을 나의 잣대로만 바라보면 결과적으로 ‘개념이 없다, 꼰대다’ 이런 비난만 남게 됩니다. 그러나 나의 잣대를 넘어서, 상대방이 자라온 환경과 문화에 비추어 그들을 이해한다면, 그때부터 서로를 향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와 모두의 행복을 위해, 결국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물론 막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렇게 살았던 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보면, 모든 사람이 도덕적인 잣대로 비난했던 죄인을, 예수님은 이해하셨고 품어주십니다.
  오늘도 우리 세상은 수많은 갈등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여기서 누가 먼저 평화의 걸음을 시작해야 할까요? 그런 점에서 여러분께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먼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사람을 떠올리십시오. 그 사람의 편에서 폭넓게 이해하십시오. 그런 다음 그에게 손을 내밀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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