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다. 대정부 질의를 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갈수록 가관이다. 어떻게 저렇게 하면서도 국민의 세비를 꼬박꼬박 타 먹는지 기가 막힌다. 오죽하면 국무총리 입에서 “공부 좀 하세요.”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8일의 회의장은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간의 고성과 빈정거림이 회의장을 뒤덮었다. 이럴 바엔 국회의원이 왜 우리나라에 필요한가 의아심마저 든다. 차라리 국회문을 닫고 폐업에 들어가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지난 31일 뜬금없이 단식투쟁을 발표했다. 단식투쟁 하루 전, 민주당은 국회 회의 중 수백 회 코인 거래를 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이 대표와 상의 없이 했다고 믿는 국민은 지지자들을 제외하곤 별로 없을 것이다.
단식은 특정 목적을 위해 음식과 음료의 섭취를 자발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인들에게 한정될 때는 대정부 투쟁 방식으로 바뀌어 여론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단식이란 1일 200kcal 미만으로 섭취 에너지를 극도로 제한하는 방법이다. 보통 성인 기준 하루 섭취 에너지를 2000kcal~2500kcal로 볼 때, 생명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는 게 단식이다.
정치인 단식투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고 김영삼 대통령이다. 1983년 야당 대표 시절 군사정권을 상대로 23일간 단식투쟁을 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꾼 상징적인 단식투쟁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3년 5월 18일, 김영삼 당시 야당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위령하고 독재에 항거하는 뜻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구속 인사 전원 석방과 해금, 해직 교수 및 근로자와 제적 학생의 복직, 언론의 자유, 개헌 및 국보위 제정 법률의 개폐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갔다. 전두환 정부는 5월 25일 김영삼을 서울대학교병원 특실에 강제 입원까지 시켰으나 단식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이야 웃고 넘어가지만, 당시 안기부 직원들이 병실 앞에서 불고기를 구워 먹는 등 단식 투쟁사에 길이 남을 유치한 짓을 일삼기도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단식투쟁 이유를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한 국민 항쟁이며 마지막 수단으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라고 밝혔다. 여권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국면전환용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 대표를 감싸 안기 바쁘고 정부를 향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이 대표는 단식투쟁 중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에 출두했다. 5차 검찰 소환이었다. 참 질기디질긴 소환이란 느낌마저 든다. 이날 검찰 조사가 조서 날인 없이 파행되며 추가 조사를 놓고 검찰과 민주당이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피의자 신문조서에 서명하지 않은 채 조사실을 나갔다. 검찰은 추가 소환일을 12일로 통보했다. 민주당은 “아무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또 부르려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인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서에 날인을 거부한 채 퇴실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긴급 체포됐을 일이다. 생각 많이 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정기국회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12월 9일까지 진행된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벼르고 벼르는 국정감사는 오는 10월 10일부터 27일까지 18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168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여당보다 훨씬 많다. 특히 국정감사는 야당이 얼마나 잘할 수 있나를 보여주는 기회의 장이다. 스타 국회의원 탄생까지 나올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 대표의 단식투쟁에 파묻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10일, 단식 11일째인 이재명 대표를 찾았다. “이제 단식을 거두고 건강을 챙겼으면 한다.”라며 위로를 하고 돌아갔다. 열성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단식을 거두었으면 한다. 정기국회 중이다. 정기국회가 잘 돌아가야 한다. 이만하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국민도 다 알 것이다. 훌훌 털고 정쟁은 그만하고 오로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에 여당과 협치를 시도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도 야당에게 손을 먼저 내밀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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