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규<안산시민>

추석은 음력 8월15일로 가배.가위.한가위.중추절 등으로 불리는 설날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최대 명절이다. 이맘때 우리 조상들은 봄에서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수확을 거둘 계절이 되었고 1년 중 가장 큰 만월만큼이나 즐겁고 풍족했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므로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추석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행사와 놀이가 세시풍속으로 전승되고 있다. 추석이 되면 무더웠던 여름을 뒤로하고 조석으로 쌀쌀해지므로 사람들은 여름옷에서 가을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석에 입는 새 옷을 ‘추석빔’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가장 큰 기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추석날 아침이 되면 수일 전부터 미리 준비한 제물을 차려놓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가 끝나면 차례에 올렸던 음식으로 온 가족이 음복(飮福)을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를 했는데, 정작 차례는 관심 없고 수일 전부터 준비하는 차례 음식이 또 다른 기쁨이었다.
올해는 코로나19가 끝나고 두 번째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추석을 보낸다. 지난해 첫 거리두기 없는 추석은 100년 만에 가장 큰 둥근달을 볼 수 있어 특별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름달은 뜨겠지만, 태풍피해로 아직도 삶의 터전을 되찾지 못한 수재민과 저출산 노령화로 핵가족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혼자 추석을 맞이하는 이가 적지 않아 그들에게는 그 어느때 보다 쓸쓸한 추석일 것이다. 
한국정책리서치가 전국 성인 1천 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상황에서 명절 국민인식조사’ 79.4%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명절을 맞이하는 인식이나 방식이 달라졌다고 응답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전국 1만여 가구를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제4차 가족 실태 조사’도 응답자의 45.6%가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 한다’고 했다. 
명절 풍경 변화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속화됐다. 타향살이 힘들어도 명절에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을 찾아뵙고 친인척들과 함께 정을 나누던 추석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추석연휴 거리는 한산했고, 맛있는 음식 냄새, 추석빔을 입고 동네로 모여 드는 아이들도 보기 어려웠다. 연휴라는 느낌이 드는 명절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 명절은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추석빔’은 말할 것도 없고 집에는 친척들과 손님들로 북적였으며, 그들이 주는 용돈으로 주머니는 두둑했고 맛있는 음식을 풍성하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 추석이라는 명절이 주었던 풍요로움에 비해 적막하고 외로운 추석 명절을 보며 변화된 일상과 사회.문화적 결핍 현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힘들게 살아남고 있는 이들과 홀로 사는 노인들, 홀로 사는 청년들이 외롭지 않도록 소외된 이웃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또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과 문화가 편함을 추구하는 인식과 급속한 사회 변화로 인해 사라지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더불어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관심은 지속해야 한다. 언제나 세상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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