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경기도의원>

지난 8월 반월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서명운동이 시작했다. 서명운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휠체어 타고 다니는 초등학교 5학년 장애학생이 앞으로 입학할 중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중학교에 설치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해당 학교는 그동안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다쳐서 이동에 불편한 학생은 부모님이나 친구의 도움으로 계단을 올라다녔다. 또한, 매년 교실반이 조정되면 선생님들이 직접 계단으로 모든 짐들을 옮겼다. 최근에는 급식실 리모델링 공사기간 매일 사다리차를 동원하여 각 층별로 급식도 날랐다. 더구나 특수학급도 운영하고 있었다. 
이처럼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겪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한 차례 검토는 있었지만 당시 ‘학교 구조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곤란한 학교’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러나 장애 초등학생이 중학교에 입학할 경우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어 학교를 옮기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이에 경기교육청 담당부서에 이 상황을 직접 전했고, 현장방문을 통해 학교 건물을 다시 진단한 결과 ‘엘리베이터 설치가 가능하다’는 희망의 답변을 받았다. 이제는 중학교에서 엘리베이터 신청서류만 제출하면 되었다. 그런데 중학교는 신청 마감일까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수개월 소요되는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시 ▲학생들의 학습권과 통학안전의 문제 ▲바로 옆 고등학교와의 협조 문제 ▲교육구성원들간 협의 부족 ▲수년간 진행된 공사의 피로감 등이 주된 사유였다. 
물론 학교에서 제기하는 여러 우려사항은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입학할 장애학생을 위한 대책과 대안 마련은 전혀 없었다. 또한 학교 내 편의시설 확충시 이에 따른 안전과 보안 대책은 세워가면 충분히 가능하였다. 입학할 장애학생을 위해 학교가 가장 적극적이어야 했다. 오히려 장애 학부모가 학교에 ‘간곡한 사정’을 해야하는 현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에 장애학생 어머님은 교육청과 국민신문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절실하게 호소하였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게 된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부모 대표분들은 학교에 엘리베이터 설치 필요를 제기했고, 아파트 주민들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하였다. 본 의원은 안산교육지원청과 경기교육청 관계자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였다. 
안산의 초.중.고등학교 109개소 중 4층 이상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학교가 단 2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해당 중학교와 바로 옆 고등학교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반월동의 낙후된 교육환경에 더욱 놀랐고, 개선을 요구했다. 더구나 공공시설 중 교육시설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가 법적으로도 의무사항이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해당 중학교는 엘리베이터 설치신청 서류를 제출하게 되었다. 마을에 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 학부모, 주민들이 직접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몇 일간 진헹된 주민서명운동에 600여명이나 동참하였다. 이 서명부는 안산지원교육청에 전달되었다. 
본 의원은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임태희 경기교육감 대상 도정질의를 하였다. 안산의 중학교 엘리베이터 설치 신청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경기도 내 엘리베이터 미설치 학교 210곳 중 ‘설치곤란 위치학교’ 78곳에 대해 현장방문을 통한 전수조사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도 적극 요청했다. 
앞으로 장애 초등학생은 다른 학교와 지역으로 이사가지 않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같은 중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친구들과 학부모, 이웃 주민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준 것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한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은 정말이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