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김미희 에세이
간극을 뛰어넘는 일
  • 안산신문
  • 승인 2023.09.20 09:56
  • 댓글 0
김미희<소설가>

아버님이 오셨다. 90세가 목전인 노인은 도시의 아파트에서 할 일이 없다. 시골집이나 도시에서나 종일 텔레비전이나 휴대폰을 들여다보신다. 너무나 고독한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나, 아니 내일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짠하다.
아버님과 대화는 짧고 무미건조하다. 사랑과 존경을 담아 이야기하자고 마음을 먹고 시작하지만, 곧 대화에 장애를 느낀다. 끊임없는 훈계와 옛날이야기는 보통 인내심으로는 참기 힘들다. 대화의 주도권은 당신이 잡고 계셔서 우리는 항상 경청자의 자세로 일관해야 한다. 어르신들 음식 대접이나 다문화 여성에게 한글 교육 등 봉사를 열심히 하지만 진작 가족에게는 어렵다.
아버님을 모시고 산책에 나섰다. 아파트와 주택으로 둘러싸인 낮은 산이 있다. 산으로 오르는 진입로에서 발을 멈췄다. 매우 가파른 계단으로 산에 들어갈 수 있는 거다. 나 혼자 산책할 때는 그곳에 계단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산을 올랐다. 무릎이 안좋은 아버님은 계단을 오르기는 무리다. 산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호시탐탐 산을 오를 방법을 찾아 봤지만, 산을 오를 수 있는 진입로 대여섯 군데 모두 계단으로 올라가게 했다.
저 산에 오르면 숲과 나무가 있는데, 그곳은 금단의 땅이었다. 자연을 품은 도시를 만들어 자연 친화적이고 숲의 도시라는 말을 한다. 건강할 때는 무심히 보아 넘겼지만, 저 산은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장식용에 불과하다. 나도 이 년 전 다리를 다쳐 깁스하고 다닐 때 계단이 너무 힘들었다. 계단뿐만 아니라 문을 넘는 낮은 턱도 넘기 힘겨웠다. 무심히 보아 넘긴 많은 것들이 몸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는 장애가 된다.
저 산 위에 아름다운 정자와 운동기구를 만들어 놓고 시민을 위한 시설이라고 말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산의 주변에 옹벽을 쌓고 출입구에 계단을 만들 때 한 번만 더 생각했다면 방법이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안산에 많은 산이 있는데 다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아버님이 보는 텔레비전의 시선을 따라 가본다. 아버님의 취미를 알았다. 자연 친화적으로 집을 짓는 유튜브나 토목건설 장비 등을 주로 보신다. 목공을 잘하시는 아버님도 새로운 기법으로 나무를 다듬고 무언가를 만드는 걸 신기하게 여기신다.
통나무로 뚝딱 집을 만드는 걸 보면서 정말 저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아버님은 여러번 시청했고 또 목공 일을 아시니까 만드는 법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신다.
아버님과의 산책도 차를 타고 화랑유원지를 갔다. 조경이 아름답게 꾸며 있고 평지라 산책하기 쉽다. 도시공원이 아름답게 꾸며졌다고 칭찬을 하셨다. 오르지 못할 산보다 가까운 공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세대 간이나 사회적 간극을 뛰어 넘는 일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바로 내 앞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 참 쉬운 일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