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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참견
  • 안산신문
  • 승인 2023.10.1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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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20여 년 전 우리 모임을 지도하던 교수가 출판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모임의 제자는 입을 모아 반대했다. 그래도 그 교수님이 사업을 추진하자 모임의 회원들은 “바른말 잘하는 언니가 나서서 꼭 만류해라”라면서 나를 앞세웠다. 그 사업을 하겠다고 작정한 그분의 열정 앞에 나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분은 「성경」과 같은 베스트셀러를 펴내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지만 몇 년 못가 출판업을 접었다.
 얼마 전 끝난 아시안 게임은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이다. 메달을 따는 경기를 모든 국민이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았다. 특히 축구와 야구 경기에서 우리는 감독이 되어 방안에서 TV를 통해 경기를 진두지휘했다. 경기가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 선수기용이나 심판의 판정을 참견했다. 참으로 오지랖 넓고 참견 잘하는 족속이다.
 지인이 정치를 하겠다고 출범을 알렸다. 주변의 지인들이 극구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을 섬기고 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의 열정을 바꿀 수는 없었다. 나도 그의 저서를 읽으며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세를 낮추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의 사상에 공감했다.
 18세기 다산 정약용은 곡산군수로 부임하는 길에 ‘군포 비리 시위’의 주동자인 이계심이 길에 나타난다. 체포하는 것이 아닌 이계심을 데리고 가서 물어보니까 “관이 현명해지지 못한 까닭은 국민이 제 몸을 꾀하는 데만 재간을 부리고 관에 항의하지 않은 까닭이다. 너 같은 사람은 관이 천금을 주고 사야 할 사람이다”라며 무죄 방면한다. 정치가는 상황에 대한 현명한 판단과 대처가 필요하다. 그의 현명한 정치 행보를 기대한다. 나도 이계심같은 자세로 자신의 안위에만 충실한 것이 아니라 관에 적극적으로 참견할 것이다.
 요즘은 유명 스타들의 팬들이 팬카페를 운영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참견한다는 참견러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참견이란 자기와 별로 관계없는 일이나 말 따위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아는 체하거나 이래라저래라하는 뜻이다. 젊은 세대는 어른의 이런 참견을 꼰대 짓이라며 질색한다. 모임을 이끄는 대표도 전 대표의 참견을 싫어한다. 누구나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잘하고 싶은 것이다.
유대인자(有大人者)하니
정기이물정자야(正己而物正者也)니라.
대인이라는 게 있는데
자기를 바로잡아나가면
사물이 바로 되어 나가게 되는 자다.
어른은 만물을 바르게 함으로써 스스로 바르게 하는 사람이다.
-맹자
 혼란한 사회에서 어른의 다정한 참견이 필요하다. 요즘 사회는 어른이 없고 모두가 다 어른이다. 무릇 어른의 자세는 어른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다. 그것은 당당함이 되어야지 방종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정한 당신의 참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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