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서평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안산신문
  • 승인 2023.10.11 09:40
  • 댓글 0

  영국 요크셔 출신 작가 매트 헤이그는 과거 20대 초 절벽 끝에 서서 생을 마감하려던 순간, 자신의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깨닫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이후로 독서와 글쓰기로 우울과 싸운 끝에 2004년부터 전업 작가로의 삶을 시작했다. 그에게 글이란 어둠 속에서 발견한 일종의 ‘구원'인 셈이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 ‘노라’는 자살 시도로 혼수상태를 겪으며,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자정의 도서관에 가게 된다.
  “그 도서관에는 서가가 끝없이 이어져 있어. 거기 꽂힌 책에는 네가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가 담겨 있지. 네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볼 수 있는 기회인 거야….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p.49)
  노라는 자신이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한 사람, 이루지 못한 일들의 관점으로만 자신의 인생을 보았고, 심지어 인생의 불운, 실패, 사고 등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산다. 또한 노라의 잘못된 선택으로 주변 사람 모두가 화가 났다고 생각한다. 노라는 서가에서 회색 표지의 <후회의 책>을 펴고 연인 댄의 꿈이었던 영국 교외에 위치한 펍의 주인, 아버지의 꿈이었던 올림픽 수영 선수, 오빠의 꿈이었던 락스타, 사서 선생님의 대화를 계기로 동경하던 해양학자 등 다른 사람들이 노라에게 기대했던 삶들로 살아본다. 하지만 삶을 경험할수록 고통스러움은 배가 되었다. 수많은 삶을 살수록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고 아무도 나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인생에는 완벽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삶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노라는 과거의 불행들에 더 깊게 빠져들 뿐이었다.
  이러한 노라의 불행한 과거는 어린 나이의 미숙함과 솔직하지 못했던 감정 때문이었다. 노라는 과거의 삶을 다시 살아보며 아버지의 죽음을 사고로 인정하게 되었고,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켰던 일의 가치를 알게 되었으며, 어린 시절 자신을 살리려고 애썼던 오빠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또한 곰을 만났을 때 느낀 살고자 하는 마음과 자신의 취향을 찾으며 자립하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삶조차도 그녀가 계속해서 살고 싶은 삶은 아니었다.
 삶은 항상 순수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인생의 시련은 언제 닥칠지 알 수 없고, 무리 지어 오기도 하며,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도 없다. 이런 불행 앞에서 꺾이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랑이었다. 노라가 정말 힘들었던 이유는 사랑의 부재였다. 노라는 마지막으로  꺼낸 삶 속에서 남편 애쉬와 딸 몰리의 사랑을 받으며,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의 강인한 힘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나를 돌봐주고 있던 신의 존재도 인식하게 된다.
  그 때 몰리가 물뿌리개로 꽃에 물을 줘도 되냐고 물었다. 애쉬는 최근에 비가 많이 와서 물을 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하늘이 꽃을 돌봐주니까. “괜찮을 거야. 꽃들은 (신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어. 물을 충분히 마셨어.” 그 말이 노라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P.371)
  노라는 수많은 선택지를 뒤로하고 죽기 전의 삶으로 돌아온다. 그녀가 탈출하고 싶었던 감옥은 그녀의 닫힌 마음속이었다. “인생은 이해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사는 거야.” 불행했던 현재의 삶에서 ‘살기로 한 선택’을 한 그녀는 ‘끝내고 싶은 삶’에 하루를 더 보탰다. 황무지 같던 삶을 돌보아 자신 안에 숲을 가꿀 수 있는 힘을 믿게 된 것이다. 노라의 다양한 삶을 보며 우리는 삶이 얼마나 광활한지 알게 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과 한없이 다채로운 감정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과거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지키며 치열하게 버텨온 나의 경험이라는 자산이다. 후회스러운 과거에서도 배울 것은 있었고 필요한 건 열린 마음으로 나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보는 것이다. 

이순옥 (혜윰서평단)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