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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기고]사할린 고향마을 경로잔치 단상
  • 안산신문
  • 승인 2023.11.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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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국민의힘 상록갑 당협위원장>

10월이 되자 동마다 경로잔치가 다양하게 열렸다. 경로사상은 수없이 생각해도 소중한 우리 문화의 큰 자산이다. 우리나라를 지탱해온 문화 중 가장 소중한 문화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가족공동체가 무너지면서 효 문화가 사라지고 존속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사건이 터져 우리의 가슴을 무너지게 한다.
계란프라이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70대 아버지가 50대의 딸에게 “너 때문에 집이 압류됐잖아.”라고 말했다가 격분한 딸이 흉기를 아버지에게 휘둘렀다. 검찰은 패륜의 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지난 20일에는 자기를 부양하지 않는다며 아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70대 아버지를 경찰이 구속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조차 못 한 범죄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이자 문명 비평가인 영국의 아놀드 토인비는 “만약,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된다면 한 가지 뭘 가지고 가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명료하게 대답했다.
“딱 한 가지만 가지고 가라면 나는 한국의 가족제도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세계인들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은 신선한 충격과 함께 자긍심을 가졌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도시화, 핵가족화가 되면서 경로사상은 날로 퇴색되어 갔다. 이웃이나 가족끼리의 소통도 점점 단절되어가고 있다. 고독사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가족제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 책임이다. 그런 뜻에서 경로잔치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 진심으로 모시는 효 사상이 바탕으로 깔려야 한다.
동마다 치러졌던 경로잔치가 모두 끝났는데도 가슴 아픈 경로잔치가 자꾸 떠오른다.
지난 26일 고향 마을 복지관에서 개최된 ‘사할린 고향마을 한마당 경로잔치’에 참석했다.
“사할린 동포 어르신분들의 힘들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오늘은 웃음꽃만이 가득한 경로잔치가 되길 기원한다.”라는 축사를 했지만, 자꾸만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특히 어르신들의 애로사항과 현재 겪고 있는 제도적 문제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 손을 잡으며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사할린 한인은 사할린섬 남부에 일제에 의해 징발당해 끌려간 한국인과 그 후손들을 일컫는다. 러시아 고려인이 우리나라 북부지방에 살던 사람들이 주류라면, 사할린 한인은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슴 아픈 역사를 안고 사는 분들이다.
사동에 위치한 고향마을은 1990년대 정부의 사할린 동포 영주이주사업으로 시작되었다. 2000년 2월 이후 귀국한 사할린 동포 1세대 어르신들을 위한 영구 임대아파트이다. 1세대 어르신들은 1945년 이전 태생한 분들이다. 8·15해방 이후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계속 그곳에 머물다가 70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고향땅을 밟게 되었다. 이곳의 어르신들도 소중한 우리 동포들이다. 가슴에 한이 맺힌 동포들이다. 그 아픈 가슴을 따스하게 다독여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내 손 꼭 잡으며 어르신의 한 말이 귓전에 자꾸 메아리친다.
“우리 1세대야 살 만큼 살았어요. 그러나 우리 2세대에게 정부와 지자체가 많은 배려를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자식으로 입적되지 못하고, 동거인으로 되는 사례가 많아요. 국내 취직도 어려워요. 그들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렇게 되면 우린 원이 없어요.”
가슴 아픈 바람이 하루속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 날이 언제일까, 입술을 꾹 깨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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