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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탐지견 럭키의 영결식
  • 안산신문
  • 승인 2023.11.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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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국가유공자의 영결식에는 관 위에 태극기를 덮는다. 최고의 예우이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콧날이 시큰해지며 고인의 업적을 상기하게 된다. 나라와 민족이 무엇인지 새삼 애국심까지 불러일으키게 된다. 관 위에 덮는 태극기는 국가보훈부에서 지급한다.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유해가 고국에 묻힐 때도 관 위에 태극기를 덮어 영결식을 거행한다.
유공자 이외 동물들의 죽음에도 태극기를 덮어줄 수 있을까? 한마디로 ‘그렇다’이다. 지난달 특공대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탐지견의 죽음이 그야말로 많은 사람의 가슴을 적셔놓았다. 탐지견의 죽음에 대한 추모글이 SNS상에 흘러넘쳤다. 그 주인공은 대전경찰특공대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폭발물 탐지견 ‘럭키’였다.
럭키는 2015년 4월에 태어나 대전경찰특공대에서 폭발물 탐지를 도맡았다. 럭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주요 행사에 폭발물 탐색 출동, 실종자 수색 등 200회 이상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특공대원 사이에서 그야말로 인기짱이었다. 가수 BTS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려왔다. 다른 어느 탐지견보다 현장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 온 럭키였다.
하지만 지난 6월, 럭키의 몸속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종괴가 생기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급성 혈액암이 전신에 전이되었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입원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았으나 스스로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고 말았다.
담당 수의사의 “더는 손쓸 방법이 없다. 이제 더 이상의 치료는 럭키에게 고통만 남을 뿐이다.”라는 말에 특공대원들은 숙연한 모습으로 럭키의 마지막을 지켜야 했다.
태극기로 감싼 럭키의 유해는 지난달 25일 특공대원들의 경례를 받으며 특공대 사무실 앞에 영원히 잠들고 말았다. 럭키를 보내며 “언제나 제가 준 것 이상으로 거의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되돌려주는 동반자였다”라고 회상하는 대원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보통의 개들이 누리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평생을 탐지견으로 살다 간 럭키였다. 폭발물 탐지견으로 사는 동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살다간 럭키였다.
개는 후각과 청각이 뛰어나다. 탐지견은 특별한 훈련을 받아 높은 감각 능력을 활용해 물건, 사람, 물질 등을 찾아내는 전문적인 사역견을 일컫는다. 폭발물 탐지견, 마약 탐지견, 검역 탐지견, 수색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탐지견은 지능이 높고 후각 및 청각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탐지견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의 개는 군사 작전에서 적을 탐색하거나 보초, 순찰 역할까지 수행했을 정도이다. 영국군이 제1차 세계대전 중 지뢰탐지를 목적으로 탐지견을 적극 활용한 뒤 세계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는 1981년 처음으로 폭발물 탐지견 운용이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탐지견은 7~8년가량 탐지견으로 활동한 후 은퇴하게 된다. 올해 열두 마리의 개들이 검역·탐지 활동을 수행하다 은퇴했다. 은퇴 탐지견들은 일반인에게도 분양된다. 분양을 받지 못하는 탐지견들은 검역본부에서 남은 생을 보내야 한다. 은퇴 탐지견들이 많이 분양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 또 다른 행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받지 못한 행복을 만끽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번 럭키의 죽음으로 평생을 탐지견으로 살아가야 하는 개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동물 중에서 개에 관한 속담이 제일 많다. 그만큼 인간과 친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되먹지 못한 사람들을 개에게 비유하는 속담들도 많다. 엉뚱한 누명을 개가 뒤집어쓰고 있는 형국이다.
총선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다. 개만도 못한 소위 국개의원들의 입이 점차 거칠어지고 있다. 그들에게 걸맞는 속담이 생각난다. ‘술 먹은 개, 댑싸리 밑의 개 팔자, 미친개에게는 몽둥이…’등을 들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내년 총선에 얼굴을 내밀려고 대표들에게 온갖 아양과 추태를 떨고 있다. 역겹기 그지없다.
입동도 지나고 계절은 겨울로 들어서고 있다. 럭키가 하늘나라에서 그동안 못 누렸던 행복을 한껏 누리길 바라며 뒤늦은 명복을 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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