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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기고]연탄 한 장에게 배우다
  • 안산신문
  • 승인 2023.12.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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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국민의힘 상록갑 당협위원장>

안도현의 시 ‘연탄 한 장’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이 시 속으로 내 자화상이 춥게 그려지곤 한다.
‘나는 어려운 이웃에게 얼마나 많은 따뜻한 말과 이타적인 행동을 해 왔을까?’
일상에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것들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계절이 왔다. 비 온 뒤 수은주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겨울은 여느 해보다 훨씬 추울 거라는 예보까지 있다.
지난 11월 24일 상록구 장상동에서 ‘안산에너지나눔봉사단’의 연탄 나눔 봉사에 참석했다. 안산시의 기관과 단체가 만든 봉사단으로 많은 회원이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16년 3월 창단 이후 전기, 가스, 난방 등 에너지 취약가정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따뜻한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번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는 지역 내 취약가구에 연탄 4800장을 전달하는 행사이다. 1차로 이민근 시장과 에너지나눔봉사단, 안산동 유관단체 등 50여 명이 참여해 안산동 취약계층에 연탄 600장을 전달했다. 봉사단은 12월 초까지 기초생활수급자 및 장애인 등 취약가정에 4200장의 연탄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참 고마운 단체이다.
바람이 불고 헐벗은 나무들의 모습에 한기를 느꼈지만, 연탄을 쉬지 않고 이어가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훈훈하게 덥혀왔다. 연탄 자국 가득한 검댕이 얼굴을 보며 서로 웃었던 시간이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기만 했다. 상생의 봉사 정신 덕에 온정이 넘치는 안산시, 모두 다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안산시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돌아서는 길, 어린 시절의 연탄 추억이 떠올랐다. 당시는 연탄을 한두 장씩 사 올 때가 많았다. 심부름은 내 차지였다. 연탄을 새끼줄에 꿰어 양손에 갖고 오다가 연탄이 깨지기라도 하면, 연탄 가게로 되돌아가 울먹이며 바꿔 달라고 했던 추억도 떠오른다. 연탄불 앞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던 달고나의 추억은 아직도 따뜻하다. 연탄 위 국자에 설탕을 넣고 녹이다가 소다를 넣으면 부풀어 오르는 달고나. 달고나 뽑기는 될 듯 될 듯하면서 실패를 반복해도 재미있던 놀이였다.
뉴스에 연탄 나눔 현황이 보도되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약 490만 장이었던 연탄 나눔은 2021년 500만 장을 넘겼다. 그러나 지난해 400만 장으로 뚝 떨어지더니 올해는 지난 10월 기준, 160만 장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보도에 마음이 더 추워진다. 아직 12월 한 달이 남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중론이다. 원자재 가격과 배달비, 인건비 등이 계속 올라 연탄 가격도 올랐다.
  올겨울은 여느 해보다 따뜻한 관심과 온정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다. 구세군의 종소리도 여느 해보다 춥게 느껴질 것 같은 예감이다. 사랑의 온도탑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안타까움 속에서 내 자화상을 그려본다. 장갑과 같은, 목도리와 털모자 같은, 털양말과 같은 자화상을 그려보지만, 자꾸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신을 태워 추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 주는 연탄을 보며 그렇지 못했던 내 과거를 반성하게 된다. 앞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갈 자화상과 굳은 약속을 한다.
연탄 한 장 시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연탄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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