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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안산신문
  • 승인 2023.12.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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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하는 시기의 문제다. 이 세계에서 확실한 단 하나이며,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주인이다. (중략) 똑똑한 인간은 이 진리를 받아들인다. 똑똑한 인간은 이 진리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는다.”(15~16p)
 무질서와 혼돈은 태초부터 이어져 왔고 인간은 이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문명이 발달해왔지만 그 문명으로 인해 파괴되는 인간성과 자연환경 또한 우리는 막지 못한다. 인간이 만들어 온 질서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무너져버리고, 다시 질서를 만들어보지만 또 찢기고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1906년 어느 봄날, 팔자 수염을 기른 어느 키 큰 미국인이 감히 우리의 주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16p) 
 프롤로그의 환상성이 강렬한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다. 전문 분야는 어류로, 새로운 종을 찾아 이름을 붙이고 세상에 보여준 사람. 그는 분류학자이며 생물학자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직업의 세계를 중심으로 논픽션이 펼쳐지기 때문에 독자들은 흥미롭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이 책은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며 윤리적이고 인간적이다. 
 “조던은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지치지 않고 일했고, 그 결과 당대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5분의1이 모두 그와 그의 동료들이 발견한 것이었다.”(16p)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발명한 사람들은 그 점을 높이 평가받기에 마땅하다. 그런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이 지구상의 어류 중 5분의 1이나 발견했다고? 대단한 결과 아닌가. 그리고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이길래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가 그를 연구하고 분석한 걸까?
 책의 중간을 기점으로 1막과 2막으로 나눠본다면, 1막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존경하고 애정하는 작가의 마음이 감성적으로 흘러넘친다. 2막에서는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말들이 시작되는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행동들을 묘사할 때는 사실적이며 이성적인 문체로 느껴진다. 물론 마지막에는 독자의 감정을 뒤흔드는 실화들과 작가의 인생에 관한 생각과 질문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떤 사람들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226p) 
 ‘민들레 원칙’을 제시하면서 우생학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까발린다. 우생학이란, 유전 법칙을 응용해서 인간 종족의 개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금은 우생학을 사이비 과학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유전자가 좋다’라는 말을 한다. 외모나 능력이 좋거나 닮고 싶은 경우에 그렇다. 유전자를 외모나 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예상 못 한 기준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소화 능력, 임기응변, 어떠한 질병에 강한 것, 추위 또는 더위를 잘 견디는 것, 역한 냄새를 잘 참는 경우, 심지어는 바느질을 잘하는 것이 유전자가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바느질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단 하나 잘한다고 자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를 바탕으로 어떠한 기준을 내려 유전자가 좋다,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유전자를 바라보는 관점은 히틀러나 육종학자 우장춘을 떠올리게 한다. 유대인 학살을 일삼은 히틀러와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 실상에 맞는 좋은 농작물들을 개발해낸 우장춘 박사. 둘 중 누구와 더 가까운 모습일까? 끝까지 읽어내는 자만이 알게 될 것이다. 끝까지 읽어낸 사람만이 오랜 시간 책의 감동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김아름<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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