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기고
[명사기고]동지에는 팥죽을 먹어야
  • 안산신문
  • 승인 2023.12.20 09:55
  • 댓글 0
김석훈<국민의힘 상록갑 당협위원장>

12월 22일은 동지(冬至)이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를 기점으로 낮이 조금씩 길어진다.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 꼬리만큼씩 길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옛날 민간에서는 동지를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여 ‘작은설’이라 불렀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 때문에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한 것이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이니 그 옛날에는 동지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다.
동지 음식에는 팥죽이 대표적이다. 붉은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인다. 단자는 새알만 한 크기로 만들어 새알심이라 부른다. 동지팥죽은 붉은색을 띠어 음귀를 쫓는 효과가 있다고 믿어왔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먹지 않으면 빠르게 늙고, 잔병치레는 물론 잡귀가 성행한다는 속설까지 내려오고 있다.
《동국세시기》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는 “공공씨(共工氏)에게 바보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 귀신이 되었다. 귀신은 붉은 팥을 무서워하기에 동짓날 붉은 팥죽을 쑤어서 그를 물리친다.”라고 적혀 있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대문이나 벽에 뿌리는 것도 악귀의 침입을 막는 주술의 일종이다.
동짓날의 주술 모습은 각 지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그중 내 고향에서의 주술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니 자리 잡고 있다. 동짓날 끓인 팥죽을 솔가지에 묻혀 대문과 마당 그리고 담벼락에 뿌린다. 외양간에도 뿌렸다. 집을 나서서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에도 뿌려 잡귀들의 동네 침입을 막았다. 동네 어른들을 따라다니며 본 동짓날 정경이 아련하게 가슴을 모으게 한다. 언 손 호호 불며 보았던 풍경이 마냥 그리워진다.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짝짓기한다고 믿어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는 속담이 생겨나기도 했다. 동짓날엔 점도 쳤다. 동짓날 날씨가 따뜻하면 이듬해 질병과 흉년이 들고,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해충이 적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여겼다.
또한, 동짓날이 가까워지면 남에게 진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동지를 즐겼다는 기록도 있다. 친척과 이웃 사이 화목하게 지내고 어려운 일은 함께 해결하였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알 수 있는 동짓날 정경이기도 하다.
그러한 믿음은 경사와 재앙이 있을 때 팥죽, 팥밥, 팥떡을 해서 먹는 풍습으로 발전하였다. 요즈음도 이러한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생일떡, 고사떡, 이사떡 등이 모두 팥으로 된 팥떡이다. 나쁜 기운은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소중한 의미가 담겨있는 풍습이다.
동지를 기점으로 낮이 다시 길어져 양의 기운이 싹튼다고 믿어왔다.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라는 속담이 증명하고 있다. 한겨울 움츠리고 있던 푸성귀들이 동지가 지나면 봄을 기다리며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어찌 푸성귀뿐이랴?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우리 어깨가 바짝 오그라들었지만, 동지를 맞아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는 것, 정말 좋은 일이다. 일상의 근심 걱정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팥죽이 제격이다.
연말이라 바쁘다. 올해는 꼭 집에서 팥죽을 쑤어먹어야지 생각을 하지만, 작년과 똑같아질 예감이다. 아내도 바쁘다. 어쩌랴, 올해에도 천상 죽집 신세를 지는 수밖에….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