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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테스킹의 시대
  • 안산신문
  • 승인 2024.01.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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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multi-tasking(멀티태스킹)은 '다중처리 능력'이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 1가지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걸 의미한다.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면 많은 장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주변에서도 이러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을 많이 있다. 나도 이렇게 재택근무를 자주 한다. 재택근무는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주부인 내가 집에서 근무하면 멀티태스킹을 해야 한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전화를 받으면서 눈은 컴퓨터를 보고 손은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효율은 있을지 몰라도 뭐 하나 제대로 못 할 경우가 많다. 그 바쁜 와중에 카톡방에서는 수많은 문자가 와서 읽어주기를 깜박이며 기다린다. 진정한 멀티테스킹을 못한 나는 밤 2~3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쓴다. 24시간 일의 연장선상이다. 내게는 재택근무가 비효율적이다. 오히려 재택근무를 하면 식사도 제때 못하고 일도느려진다.
 요즘 아침마다 또는 일주일마다 안부 문자를 보내 주는 어르신들이 있다. 그분들은 영상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누군가 보내 준 것을 퍼다 나르기도 한다. 나는 카톡방이나 문자는 잘 보지도 않고 답도 잘하지 않는다. 새해가 되거나 명절이 되어도 안부 문자나 전화 한 통 하지 않는다. 어느 날 한 작가분이 나더러 참으로 냉정한 사람이라고 했다. 늙은이가 안부 문자 보내는데 답장도 한번 안 하고 먼저 전화해서 안부 묻는 따뜻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나는 왜 이렇게 디지털 문명을 피할까? 어르신이 보내 주는 동영상이나 사진에 식상한 나머지 그분들의 유일한 낙을 무시해버린 것이다.
  정보의 과잉은 집중력을 감소시켰다. 최근 10여 년 사이 전세계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그전에 비해 몇 천 배로 늘어났다. 휴대폰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소화하느라 책 읽는 인구가 40%가 감소했다고 한다. 인지능력이 퇴화하고 뇌가 디지털에 길들여진 것이다.
 도파민은 주로 새로운 것을 탐색하거나 성취하는 과정에서 ‘기쁨’의 감각과 감정을 지배하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게임이나 쇼핑을 할 때, 음란물을 볼 때도 보상 작용처럼 도파민이 분비된다.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도파민을 적게 생산하거나, 도파민에 반응하는 수용체 수를 줄인다. 같은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찾는 ‘중독’으로 가는 길이다.
 세상 모든 자극의 집합소인 스마트폰과 도파민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스마트폰은 위험하지 않다’라고 방심하는 사이 우리는 도파민을 얻고, 대신 많은 것을 잃었다. 우리는 모두 휴대폰 중독에 빠져서 자신의 정체성과 집중력을 잊고 살아간다. 몇 년 전 두통으로 오래 아파 입원해서 검사했는데 컴퓨터를 멀리하라고 했다. 목디스크로 인해 팔이 아프다고 하니 이번에도 컴퓨터를 멀리하라고 한다. 알면서도 더 많이 더 오래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
 서울에 볼일이 있을 때 가끔 지하철을 이용한다. 나는 항상 가방에 책을 한두 권 챙긴다. 혹여 좌석이 생겨 앉게 되면 책을 꺼내는데 주변에 눈치가 보인다. 모두가 휴대폰만 보고 있는데 나만 책을 꺼내는 게 어디 창피할 일인가. 그래도 부끄러워서 고개를 처박고 책만 쳐다본다.
 요즘 우리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휴대폰의 노예가 되어 있다. 잘 때도 휴대폰을 보다가 머리맡에 두고 잔다. 알람을 맞춰 놓아서 아침에 시간 맞춰 일어나야 한다는 핑계다. 침대 위에 있는 알람용 탁상시계는 오래전부터 장식용이었다. 하루쯤 휴대폰을 안 가지고 나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일 당장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가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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