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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있는 삶
  • 안산신문
  • 승인 2024.02.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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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남에게 보여지는 나와 진짜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진짜 나는 없이 보여지는 나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남들의 평가에 마음이 쓰인다. 자기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한 것이다. 생각하는 바를 소신있게 살아가는 일은 쉬운게 아니다.
 미국의 미시건 주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라는 남자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부가 천직인 줄 알고 농사일을 거들며 자랐다. 그가 19살이 되던 해 그의 농부 아버지가 군청 직원의 말을 듣고 농과대학 입학을 권했다. 농업학에 관심이 없던 그는 어느 날 영문학에 필이 꽂혀 영문학자가 된다. 머리가 뛰어난 천재도 아주 열정적인 사람도 아닌 그는 그냥 묵묵히 평생을 연구만 하는 타입이다.
 그의 천성은 영문학자나 농부나 다를 것 없는 묵묵히 공부만 하는 외골수 인생이었다. 한마디로 세상 무심한 남자였다. 그에게 첫눈에 반한 여자가 생겼다. 그는 첫눈에 반하는 여성과 결혼했지만 권태로운 생활이었다. 그러나 그의 학문에 대한 열망은 더 열심이었고, 제자를 육성하고 강의하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박사학위를 공부하던 여제자와 사랑에 빠졌다. 둘의 사랑은 진실했지만, 세상의 잣대는 명백한 불륜이었다. 사사건건 스토너를 제거하려고 하던 대학원장은 먼저 제자를 제거하려고 했다. 둘의 사랑이 궁지에 몰렸을 때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떠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먼저 정리하고 조용히 떠나는 일을 영화나 많은 책에서 읽었다. 진정한 사랑은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의 진로나 인생에서 방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에 쿨하게 떠나지 않고 그 사람의 옆에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남녀가 있으면 가차 없이 손가락질하는지도 모른다.
 묵묵히 공부만 하던 그 남자 스토너는 암에 걸려 죽을 때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죽기 전에 하는 질문은 이 세상에서 무엇을 원하는가이다. 과연 그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원하고 이루고 갔을까? 소신? 신념? 명예? 왠지 그가 원하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 것 같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서 원하고 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세상은 나더러 뭐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았건만 우리는 뭐가 되어야 한다는 같잖은 신념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묵묵히 자신 앞에 주어진 농사일을 평생 하다가 간 스토너의 아버지나 학자의 길을 농부처럼 간 스토너는 같은 모습이다. 지금 나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식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자신이 정한 잣대에서 자기 마음대로 재단하는 것이다. 모든 관계에서 세상의 잣대나 이기적인 자기만의 잣대를 들이대면 남아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올봄 선거를 앞두고 정치가도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도 모두 자신의 잣대에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 나도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동이나 사람을 보면 가차 없이 손가락질하는 타입이다. 남 앞에서 말은 중립인 듯하지만 막상 내 앞에 떨어진 일에는 칼 같은 행동을 내놓는다. 그게 소신 있는 지성인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요즘은 자기반성 하면서 그런 우를 범하지 말고 세상사 무념하게 살아야지 하면서 쉽게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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