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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마음
  • 안산신문
  • 승인 2024.02.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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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1920년, 호주 대륙에서 동남쪽으로 240 킬로미터(km)쯤 떨어진 한 섬에, ‘낸시 벤틀리’라는 6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낸시라는 어린이가 뱀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합니다. 온몸에 독이 퍼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시급했습니다. 하지만 낸시가 살고 있던 마을에는 의료 시설이나 의사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마을을 가기에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과연 낸시는 어디로 가야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낸시의 아버지는 고심 끝에, 낸시를 가까운 항구에 있던 군함에 데려갑니다. 군함이면 최소한 군의관이 있고 의무시설이 있으니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본 겁니다. 역시나 낸시의 아버지가 예상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암초에 걸립니다. 당시 호주 군법에 따르면, 민간인이 군함에서 치료받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규정대로라면, 낸시는 이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데, 정말로 낸시를 살릴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때 고심하던 군함의 함장이 한 가지 묘수를 냅니다. 낸시를 형식상 호주 해군에 입대시킨 겁니다. 공식 보직은 ‘마스코트’, 복무기간은 ‘질릴 때까지’로 기록된 낸시는 이제 합법적으로 군함에서 응급 치료를 받습니다.
  그런 다음 낸시는 이 섬에서 가장 큰 도시로 가서 치료받은 다음, 완치되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공식적으로 제대합니다. 8일의 복무기간, 제대 사유는 ‘부모님의 요구!’ 아무리 봐도 웃기는 입대와 복무, 제대의 과정이었지만, 정당한 절차로 군 복무를 완수한 낸시는, 지금까지도 호주 해군 최초의 여자 군인으로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앞에서 들은 것처럼, 낸시는 실질적으로 군인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호주 해군은 낸시 벤틀리를 호주 해군 최초의 여자 군인으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자랑스러웠던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낸시 벤틀리의 이야기 속에, 어려움에 빠진 생명을 살리고자 노력했던 함장과 부대 전체의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마음이 바로 이처럼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우리는 이 마음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한 주의 뉴스만 정리해 봐도, 나의 목적을 위해서 남의 생명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한 주만 봐도, 어떤 분은 누군가에 대한 미움이 커지면서, 내면적인 살인 충동을 품고 살았을 겁니다. 또 어떤 분은 어려움에 빠진 동료를 보고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남이야 어떻게 되든지’ 생각하며 지나쳤을 겁니다.
  물론 남을 밟아야 내가 사는 무한경쟁시대에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외면하는 것은 살기 위한 지혜로 포장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결국 긍휼의 용기를 낸 사람이었습니다. 요즈음 어두운 뉴스가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지금은 더욱 긍휼의 용기가 필요할 때입니다. 누가 해야 할까요? 우리가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족이든 친척이든 친구이든 동료이든 누구를 만나든 간에, 그런 긍휼의 용기를 먼저 보일 수 있는 멋진 인생이 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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