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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길
  • 안산신문
  • 승인 2024.02.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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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요즘 의대 정원을 확대 문제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전부 사표를 내어 병원 업무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의대를 가서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겠다는 숭고한 사명은 없고 오로지 밥그릇이 작아질까 두려워하는 행동이다. 그런 와중에도 어릴 때부터 의대를 가기 위해 공부 전략을 짜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중학생부터 입시전략이 필요하다는 책이나, 명문대 합격이나 수능 만점 받은 성공담을 쓴 책이 인기 도서가 되고 있다. 의대 정원이 늘었으니 의대를 가려는 학생들은 더욱 많아졌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책이니 나름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공부의 산을 정복하겠다는 열정과 패기는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성공담의 주인공들에게도, 태산이 아니라 작은 뒷동산조차 오르기 힘들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배움의 길은 멀고도 험한 법이니까.
 배움의 터전에서 정말로 중요한 일은 배움의 가치에 대해 굳은 마음을 갖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한 시기에 성공할 수 있게 했던 행운과 반짝이는 두뇌가 아니라 평생토록 성공과 실패를 동요 없이 받아들이는 한결같은 마음이 중요하다. 일시적으로 들뜬 열정과 패기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희망만은 절대로 빼앗기지 않는 끈기가 진정한 배움의 신화를 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감동을 주는 학자가 있다. 서울대 이상묵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해양학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많은 업적을 쌓으며 연구에 몰두했던 세계적 과학자이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야외 지질연구에서 예기치 않았던 차량 전복사고로 전신 마비가 되었다. 엄청난 사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휠체어를 타고 다시 교단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그의 이야기는 세계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으며 큰 화제가 되었다.
 그는 ‘0.1그램의 희망’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데 필요한 최소의 부분은 하늘이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 최소의 부분은 무엇일까? 뇌일까? 심장일까? 아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다. 우리도 배움의 길을 가면서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고 가져가야 할 것은 바로 희망이다.
 전신 마비에 굴하지 않고 인간이 얼마만큼 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상묵 교수는 긍정적인 삶을 살며 교수로서, 학자로서, 장애인의 재활과 독립을 돕는 여러 사업에도 참여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현재 이상묵 서울대 교수는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다. 과학자로서 사고 전과 변함없이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장애인으로 사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뺨을 움직이고, 입김을 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여길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결코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그의 모습은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삶의 표본이 되어줄 것이다.
 신학기를 앞둔 어린 학생들은 진취적 기상으로 공부에 매진하는 결기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진정한 배움은 명문대 입학이나 의대 입학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공부의 자세가 필요하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그 길은 험난하지만 잠을 줄이고 독서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진로지도서가 약간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봄이 오고 있다. 모두에게 희망으로 가득찬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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